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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쁜남자' 이형민 PD "끈적끈적한 현대인 욕망 레드 빛깔로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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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쁜남자' 이형민 PD "끈적끈적한 현대인 욕망 레드 빛깔로 강렬하게"

입력
2010.03.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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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어눌한 말투, 서글서글한 인상에 껄껄거리는 웃음까지 딱 동네 아저씨 모습이었다. '겨울연가' '상두야 학교 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눈의 여왕' 등 메가톤급 인기를 누린 드라마들을 연출한 이형민 PD의 첫 인상은 예상과 달리 수더분해 보였다. 하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숨겨 뒀던 매의 눈을 번뜩이기도 했다. 그의 차기작 '나쁜남자'는 김남길과 한가인을 타이틀 롤로 캐스팅하며 제작 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5일 밤 '나쁜남자'의 제주도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작품 면면을 보면 저마다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새로운 색을 선보일 계획. 그는 "이전의 드라마가 파스텔 톤이었다면 이번 드라마는 섹시하고 끈적끈적하다. 마치 '원초적 본능'을 브라운관으로 옮겨 놓은 것일 것"이라며 "색으로 따지면 원색의 레드"라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원색적인 드라마, 격정 멜로를 표방하는 만큼 이 드라마는 "분명 막장 논란에 휘말릴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노출을 전혀 안 하고도 선정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면서 "심의 수준의 바로 밑을 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이렇듯 선정적인 소재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뭘까. 그는 "원초적인 욕망과 이성, 그리고 위선과 실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동기"라고 말했다. "드라마 '청춘의 덫'이나 '사랑과 야망'의 현대적 버전"이라는 부연 설명이 이 드라마의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늘어지는 멜로를 예상하는 것은 금물. 그는 이 드라마에 "추리, 느와르, 반전이 다 녹아 있다"며 "멜로 드라마가 진화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멜로지만 사회적인 계급이나 돈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건욱(김남길)은 어린 시절 대기업의 후계자로 자랐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버림받는다. 건욱이 자신의 손을 떠나버린 기업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이 펼쳐진다. 어두운 기운이 물씬 풍긴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같은 측면도 있어 어둡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다"면서도 "밝고 환하기만 하면 매력이 없다.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류 제비, 버려진 입양아, 천재 복서에 이어 복수를 꿈꾸는 나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둠 속의 빛이다. 그는 "주말극처럼 가족들이 알콩달콩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반대되는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귀포=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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