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한문혼용론을 주창한 원로 국어교육학자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가 29일 오전 4시40분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경기 파주 출신인 고인은 1949년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이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5년 국내 최고(最古) 국어교육 학술단체인 국어교육연구회(한국어교육학회의 전신)를 설립해 40년 가까이 회장을 맡았으며, 1957년부터 1988년까지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후에도 중ㆍ고교 국어교육의 발전을 위해 왕성한 학술ㆍ교육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주시경 최현배 허웅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강력한 학통을 형성해온 한글학회의 한글전용론에 맞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자는 '국한문 혼용론'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중ㆍ고교에서의 한자교육 부활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글전용론에 밀려 한자 교육이 점차 외면당하고 있지만 한국어에서는 한자를 반드시 함께 배워야 비로소 언어의 의미와 사용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다는 게 고인의 지론. 그는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는 고려시대 명승 지눌의 말을 인용하며 "서양의 교육 이론을 답습하지 말고 우리 역사에 걸맞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신념 아래 고인은 1997년 정우상 서울대 명예교수,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장 등과 한자교육활성화추진회를 구성, 국회와 정부에 한자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국내 최초로 한자능력검사를 도입한 사단법인 한국어문회에서 1997년부터 6년간 이사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국어교육사연구> (1975), <자료를 통해 본 한자ㆍ한자어의 실태와 그 교육> (1988), <방송과 언어> (1988) 등이 있다. 시조집 <인연> (1992)과 수필집 <기다림> (1988), <묵은 것과 새것> (2008) 등 10여권의 작품집을 낸 시인 겸 수필가로 계간지 <수필공원> , <시조생활> 의 발간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국어교육연구회 회장,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학장,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 전통문화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건강이 악화하기 직전까지 노(老)제자들과 함께 시경(詩經) 등을 강독하며 연구ㆍ교육의 열정을 잃지 않았다. 시조생활> 수필공원> 묵은> 기다림> 인연> 방송과> 자료를> 국어교육사연구>
제자인 서한샘 잎새방송 회장은 "스승께선 한자도 우리의 말과 글을 이루는 주요범주"라며 "한자를 잃으면 우리의 역사를 잃고, 문화를 잃는다고 늘 말씀하시곤 했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선중(자영업)씨와 손자 상돈(서울대 법대 재학), 상협(서울대 의대 재학) 등이 있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발인은 31일 오전 8시. 장지는 남양주시 진건읍 신월리 선영. (02)2258-5953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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