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뇌물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의자에 돈 봉투를 두고 나왔다는 총리공관 오찬 당시 경호원을 추가 증인으로 세웠지만 유리한 증언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31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에 대한 피고인 심문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어떤 카드로 공방에 나설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11차 공판에서 오찬 당시 경호팀장 최모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오찬이 끝나면 손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주로 한 전 총리가 먼저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어 최씨는 "(손님들이 나오고 총리가 안 나올 경우에는) 2~3초 후에 들어가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 전 총리가 돈을 챙길 여유가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최씨는 위증 논란을 빚었던 경호원 윤모씨와 달리 "오찬이 진행되는 동안 오찬장 문은 열려있지 않고, 경호원이 문 앞에서 대기하지도 않으며 밀착경호도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손님을 배웅한 후 한 전 총리가 오찬장 또는 2층 사저로 돌아간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오찬이 끝난 다음에는 주로 한 전 총리가 먼저 공관을 떠난다"고 진술했다.
공소장 변경 이후 검찰은 곽씨가 의자에 두고 나온 돈봉투를 한 전 총리가 챙길 수 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자 변호인과 설전 끝에 추가로 증인을 확보했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31일 한 전 총리에 대한 피고인 심문에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소환 당시 묵비권을 행사한 데 이어 첫 공판에서도 공소사실만 부인한 채 여태껏 한 차례도 입을 연 적이 없는 한 전 총리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 심문에서 돈의 사용처, 곽씨 소유의 제주 골프 빌리지 무료이용, 골프채 수수 등을 집중 추궁해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겠다는 입장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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