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극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용기로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를 출발, 28일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헬기로 카불로 이동하기까지 보안은 철통같았다. 취재진은 바그람 기지 도착까지 비보도에 동의한다는 각서를 썼고 아프간까지의 13시간 비행은 완전한 어두워진 저녁시간 때 이뤄졌다. 카불 체류시간은 6시간에 불과했고, 건물 밖으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틀 전 탈레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성전촉구 비디오 메시지가 공개된 것도 극비 방문의 이유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건강보험 개혁에 성공하고, 러시아와는 핵무기 감축협정을 타결하는 등 긴박한 국내외 현안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대현안인 아프간 문제를 부각시켜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안보사안을 국정 우선순위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그람 기지에서 미군에 행한 연설에서 "군 통수권자로 있는 한 탈레반이 다시 이 나라를 장악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며 "알 카에다와 극단주의 세력을 해체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는 '깨끗한 정치'를 주문했다. 정부 내 만연한 부패와 탈레반의 자금조달 수단인 마약거래를 근절하고, 법치를 진전시킬 것 등을 거론했다. 승리를 위해선 아프간 정부의 정통성과 국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작전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분야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번 방문은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어색함'을 해소하고 다시 단속의 끈을 조이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고 언론은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아프간 대선 부정선거 논란 이후 카르자이에 대한 미 행정부 내 비판이 들끓었고 카르자이는 파키스탄, 중국을 방문하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미국을 자극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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