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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뚫고 하이킥" 보금자리 얻고 희망 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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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뚫고 하이킥" 보금자리 얻고 희망 살렸어요

입력
2010.03.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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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신세경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한껏 주가가 높아진 대표적인 여배우다. 그는 드라마에서 산골에서 올라와 넉넉하지 못한 여건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생활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한 때 노숙자였던 박지희(23ㆍ가명)씨도 '하이킥'의 신세경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현실과 다르듯 훨씬 더 많은 고난과 굴곡을 거쳐야 했다.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아픈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과 교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해온 박씨는 어려서부터 무대에 서는 꿈을 꿔왔다. 그런데 5년 전 예기치 않은 일이 터졌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실패하면서 고교 3학년에 졸지에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박씨는 몸이 편찮은 어머니와 한동안 서울역 근처를 배회해야 했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모녀는 노숙인 상담소를 통해 쉼터에 몸을 맡겼다. 3개월 간의 노숙생활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3년이 흐른 것 같았다.

박씨 모녀는 전세 집이라도 얻어 쉼터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수천 만원이 드는 전세자금을 마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자활의 집'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전세자금을 전액 지원받아 작지만 서울시내에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년 가까이 연락이 두절됐던 아버지와도 극적으로 재회했다. 다시 모인 가족은 자활의 집을 발판 삼아 열심히 저축해 지금은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안정된 보금자리가 생기자 박씨는 한 동안 포기했던 연주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무료 강습도 받고, 자신만의 악기도 생겼다. 대학 졸업 후에는 당당히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다시는 악기를 잡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꿈만 같아요." 박씨의 꿈은 소박하다. "음악은 제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삶의 원동력과 같아요. 피아노를 비롯해 더 많은 악기를 배워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서울시는 이처럼 자립 여건이 갖춰진 노숙인이 독립된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10년 전부터 자활의 집을 운영해 왔다. 가구 당 최대 4,000만원까지 전세주택자금으로 지원하며, 2년 동안 입주가 가능하다. 2회 연장이 가능하므로 최대 6년 동안 머무르며 자립의 터전을 닦을 수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자활의 집 운영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전세지원금액을 상향 조정해 현실화하고, 가구 인원수에 따른 차등지원 방안도 세우겠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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