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토요에세이] 낙동강의 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토요에세이] 낙동강의 봄

입력
2010.03.29 00:15
0 0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고 버들강아지들이 통통하게 멍울을 키워가고 있다. 날씨는 아직 차갑지만 바람은 봄의 숨결처럼 부드럽게 볼을 스친다. 낙동강도 긴 겨울잠에서 깬 듯이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물길을 키우고 있다. 오늘도 낙동강은 그렇게 자연과 인간의 삶과 역사를 안고 흐른다.

자연과 인간의 삶의 터전

강물은 갈수기인 연말보다 차츰 불어나서 물의 위력을 뽐내려고 한다. 얼음과 잔설 등 겨울의 흔적을 지우려고 쉬지 않고 흐른다. 강을 존재하게 만드는 물의 소중함과 무서움을 우리는 알고 있는지. 불 난 자리에는 재라도 있지만,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옛말을 알고 있는가.

중부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하는 갠지스 강은 남쪽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거쳐 벵골 만으로 흘러 든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갠지스 강의 넘치는 강물로 해마다 홍수와 범람이 반복되고 있다. 이 나라의 유일한 홍수 대책은 강변에 전봇대 같은 나무기둥을 세우는 일이다. 강을 관리하고 홍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없으니, 갑작스런 홍수가 오면 사람들이 신속하게 기둥위로 올라가서 위기를 피하도록 한 것밖에 없다. 그들에게 물가를 바라보고 인생을 노래하는 것은 꿈일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의 조국 가나를 보자. 서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어느 정도 물 관리가 되고 있다는 이 나라의 꿈은 수도 아크라 주변의 대평원을 개발하는 일이다. 아크라 강에서 물을 끌어와 농경지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수자원 관련 기반시설을 구축하여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이다. 이들도 물 관리 능력과 수자원관련 기술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과거 우리도 그랬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유난히 봄에 눈과 봄비가 잦다. 햇볕도 줄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특용작물의 발육상태도 좋지 않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앞에서 우리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옷을 따뜻하게 하든지, 식량을 비축하든지, 아니면 집을 계속 고치든지 해야 한다. 가뭄이나 홍수의 크기나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재난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자원 확보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환경 보전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먼저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환경 자신이 바뀌고 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물을 잘 조절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환경 보호를 통해 기후 변화를 막는 동시에, 변화하는 자연 환경에 대응하는 이중의 노력이 절실하다. 물의 변신은 예측하기 어렵기에 정성들인 사전 관리만이 최선이다.

매서운 겨울 한기가 가시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는 3월 낙동강은 무심한 듯 조용히 흘러간다. 낙동강은 우리와 우리 후손이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곳이다. 강가의 물소리, 바람소리 따라 감성의 노래, 자연과 문화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건강한 상생의 미래 확신

우리는 참 행복하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강을 가지고 있고, 강을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후 변화를 비롯한 자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강을 지키고 살리는 방법에 대한 생각은 달라도 뜻은 같다. 아름답고, 물소리 가득하고, 물이 순한 강을 원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곳 낙동강가에서 우리 모두 자연과 인간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상생의 노래를 부르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건설단장·공학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