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에서 시아-수니파 정당연맹체 '이라키야'가 집권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26일 이라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치러진 총선 최종 개표 결과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이라키야가 총 325석 중 91석을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법치국가연합은 89석으로 2위에 올랐다. 시아파 정당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와 반미 강경파 무크타다 알 사드르 정파가 연합한 이라크국민연맹은 70석으로 3위를 차지해 사실상 '킹 메이커' 패를 쥐게 됐다. 4위는 43석을 차지한 쿠르드연맹이 차지했다.
이라키야 승리는 종파간 평화를 원한 이라크 국민들의 의중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 집권당인 법치국가연합은 지난해 바그다드 정부청사가 무장세력으로부터 3차례나 공격받는 등 치안관리에 허점을 보였고, 사담 후세인 전 정권에 참여했던 수니파 정치인의 총선 출마를 금지해 종파간 화해에 악영향을 끼쳐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전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표를 3위 이라크국민연맹과 나눈 것도 패인이다.
승리한 알라위 전 총리는 즉각 정부구성에 나서 곧바로 다른 정당들과 물밑접촉을 시작했다. 이라크 헌법에 따라 이라키야는 30일 안에 신임 총리를 지명하고, 40명에 이르는 내각 명단을 작성해 의회에서 과반 인준(163석)을 받아야 한다. 기한 내에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 정부 구성권은 다른 정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말리키 총리는 벌써부터 자신에게도 내각 구성권이 돌아올 수 있다며 타 정당과의 연합으로 최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에 나섰다. 총리 지명 및 내각 구성을 놓고 1,2위 정당의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이라크 헌법이 "다수 의석을 가진 의회 내 블록"에 내각 구성권이 있다"고 한 것을 연방대법원은 26일 '다수당'에 권리가 있다고 해석했으나 말리키 총리는 연합으로 먼저 다수 의석을 만들면 자신에게 내각 구성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말리키 총리는 "선관위 발표가 최종이 아니다"며 불복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라키야에 후세인 정권 당시의 집권 바트당 참여 인사들이 상당수 섞여 있어 이들의 당선이 취소될 경우 다수당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 선관위가 바트당 참여자 엄벌을 밝힌 가운데 말리키 정부가 이미 바트당 경력 당선자의 체포에 돌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출범까지 이라크 치안 상황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알 카에다 연계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가 민주주의 허상을 깨겠다며 군사작전 착수를 선포하는 등 무장세력도 움직임을 재개하고 있다. 26일 바그다드 북쪽 디얄라주에서 폭탄테러로 42명이 숨지고 65명이 다쳤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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