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열풍으로 각 분야에서 3D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네오센스'전은 3D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현대미술로 풀어낸 전시다. 조각과 설치, 영상, 사진,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입체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들을 보여준다.
어두운 지하 공간에 설치된 미디어영상 프로젝트팀 '호불호'의 작품은 3D 영화를 관람할 때처럼 특수안경을 끼고 감상해야 한다. 3D 합성기술을 이용한 화면 속에서는 각종 기호와 문자, 픽토그램이 둥둥 날아다니고, 관람객의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전시장 1층 한쪽 벽면을 메운 최종운씨의 '수직의 바다'는 수많은 은빛 실을 커튼처럼 늘어뜨린 작품이다. 관객이 다가가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실이 파도처럼 일렁여 어느새 거대한 쓰나미처럼 몰아친다. 독일 작가 베른트 할프헤르는 플라스틱 공에 유럽의 성당과 숲, 제주도 등을 찍은 사진을 붙여 입체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사람의 눈으로는 한 번에 볼 수 없는 360도의 풍경을 보여주는 셈이다.
손봉채씨는 5ㆍ18의 기억이 서린 광주의 뒷골목, 한국전쟁 당시 경찰 가족이 몰살당했던 현장 등 역사적 공간의 모습을 여러 장의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나눠 그렸다. 그 그림들을 하나로 겹쳐 나타나는 중첩된 이미지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김창겸씨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물건들로 채워진 가상의 공간 속에 한 소녀의 실제 영상을 겹쳐놓았고, 이이남씨는 '모나리자'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의 명화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상상력을 덧입혔다.
판화에서도 입체가 구현된다. 여동헌씨는 여러 이미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겹치는 '3D 세리그래피(Serigraphy)' 기법을 이용해 평면 판화에 촉각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이밖에 김준 정영훈 고명근 강영민씨 등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5월 23일까지. (02)736-4371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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