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26일 한밤중에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를 순찰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는 초유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군당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즉시 북쪽을 향해 경고 사격을 했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11시께 “이날 오후 9시45분께 서해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비 훈련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 중이며 인명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초계함 밑바닥에 원인 미상의 구멍이 생겨 침몰 중”이라고 말했다. 승무원 104명이 탑승한 이 초계함은 뭔가에 맞거나 뭔가에 부딪친 뒤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에 해군은 사고 지점에 해군 병력을 급파, 승무원 구조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밤 12시30분이 넘도록 정확한 침몰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인명 피해의 규모도 알려지지 않아 혼란 상황이 계속됐다. 다만 초계함 밑바닥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얘기가 알려지고, 긴급 안보장관회의가 소집돼 북한의 도발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점쳐져 불안이 가중됐다. 경찰도 이날 해안 지역에 비상 경계령을 내려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현지에서 포 사격 소리가 들려 백령도 주민들은 서로 전화로 연락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오후 11시부터 15분 가량 대포 소리가 들렸다”며 “집에서 들릴 만큼 쾅쾅 소리가 났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 주민은 “몇 발이 울렸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갑자기 쾅쾅 소리가 났으며 이 정도 포 사격 소리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포 소리는 몇 시간 뒤 우리 해병대의 인명구조를 위한 조명탄 발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다. 백령도 주민들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사고 지점에 해군 경비정 2대를 급파해 고무보트를 이용한 구조 작업을 진행, 밤12시쯤까지 58명의 장병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간 상황이어서 해상 인명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천안함에 승선하고 있던 104명 가운데 상당수가 폭발 당시 바다로 뛰어내려 인명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밤새 백령도에 구급차와 구조헬기 여러 대를 긴급 동원했다.
이런 상황이어서 군 안팎에서는 상황 발생 직후부터 북한군의 어뢰 공격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물론 어뢰 공격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의 도발에 의한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은 지금까지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체적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대비해 해군의 모든 부대가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군 소식통은 “천안함이 선체 하부인 스크루 부분에 구멍이 뚫려 침몰 중이며 공격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당시 인근에 있던 초계함 속초함에서 북쪽의 미상 타깃을 향해 76mm 함포로 엄호사격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고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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