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법인을 찾아가 공정거래교육에 나선다. 주요국들이 국제카르텔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의 경쟁 제도에 대한 '맞춤형 원정 과외'를 하겠다는 것이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다음 달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유럽 지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자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국제 카르텔 예방 교육이 실시된다. 공정위가 주최하는 이 교육에서는 현지 경쟁당국 관계자가 EU 반독점법의 특징 및 단속 현황 등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우리나라 공정위 관계자가 카르텔 법 위반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현지 변호사도 초청해 담합 처리와 관련한 실무를 교육할 계획이다. 예방 교육에는 삼성, LG, 대한항공 등 유럽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20여곳의 현지 자회사 직원 70여명이 참석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굳이 먼 곳까지 나가 공정거래법을 가르치려 하는 이유는 근래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경쟁 당국의 주요 표적이 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고 임직원이 형사처벌 당하는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기 때문. 미국이 외국 기업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순위 10위 안에 우리나라 기업이 네 곳이나 포함돼 있을 정도다. 과징금 부과에 따르는 국부 유출과 국가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본사뿐 아니라 현지 직원들을 상대로도 카르텔의 위험성을 사전에 주지시키는 게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는 "외국 경쟁 당국은 자회사와 본사의 행위를 가리지 않고 단속하는데 정작 외국에 주재하는 자회사 직원들은 담합이나 회합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EU 경쟁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카르텔텔 단속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으며 과징금액수도 늘리는 추세다. 공정위가 첫 과외 교습을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는 것도 그 때문. 최근 새로 취임한 알렉산더 이탈리아너 EU 경쟁총국장은 "특히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반경쟁 행위에 따른 폐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강한 단속 및 제재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EU에 이어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 미국에서도 카르텔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5월 베이징, 7월 상하이, 10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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