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종 지음ㆍ정유진 편역/돌베개 발행ㆍ284쪽ㆍ8,500원
조선 후기 역사가 겸 문학가 홍만종(1643~1725)은 우리 땅, 우리 문학, 우리 역사를 몹시사랑했다.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에서 비주류인 도가(道家)에 관심을 기울인 지식인이기도 하다. 그는 벼슬에 나가지 않고 평생 동안 우리 역사와 문학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데 힘써 시 비평서 <소화시평> , 역사서 <동국역대총목> 등 많은 저술을 남겼다. 최근 학계 연구에 따르면 구비문학의 보고인 작자 미상의 <고금소총> 과 김천택이 엮었다고 알려진 <청구영언> 도 그의 편저로 보인다. 청구영언> 고금소총> 동국역대총목> 소화시평>
<우리 신선을 찾아서> 는 홍만종이 20~30대에 쓴 <순오지> <해동이적> <명엽지해> 가운데 일부를 골라 번역한 책이다. 그는 70대 노년까지 저술을 계속했지만, 사상의 틀은 청년기에 쓴 이 세 권의 책에서 확립됐으므로, 이 선집 한 권만으로도 그의 사상과 저술의 전모와 특징을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엮은이는 말한다. 명엽지해> 해동이적> 순오지> 우리>
<순오지> 는 우리나라 역사ㆍ인물ㆍ사상ㆍ문화ㆍ지리 등 다양한 내용을 자유롭게 쓴 책이다. 여기서 홍만종은 우리 역사와 문화의 독자성을 강조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우리말을 쓰니 노래도 우리말 우리글로 짓고 쓰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은, 한문으로 된 문학만 인정하고 한글을 천시하던 그 시대를 넘어선 선구적 혜안이다. 순오지>
이러한 태도는 우리나라 신선 열전인 <해동이적> 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흔히 도가의 뿌리를 중국의 노자에서 찾지만, 그는 단군을 첫머리에 두고 혁거세와 동명왕, 최치원을 거쳐 고려, 조선까지 이어지는 해동 도가의 계보를 새롭게 구성했다. 그는 신선으로 알려진 인물들에게서 기존 체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외인'을 발견하고 공감했다.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세상을 버리고 미치광이처럼 떠돈 김시습, 대학자 서경덕의 수제자였던 서얼 출신의 박지화 등에게서 그는 자유와 초탈, 거부와 저항의 정신을 보았다. 해동이적>
이 선집에서 제일 재미있는 읽을거리는 <명엽지해> 에서 뽑은 글들이다. 마을 노인들에게서 들은 우스운 이야기를 모은 것인데, 교훈적인 내용부터 일반 백성의 해학, 양반의 위선에 대한 풍자, 성에 관한 자못 야한 이야기까지 고루 들어 있어 인간 홍만종의 체취를 느끼기에 좋다. 명엽지해>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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