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정책자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어제와 그제 잇따라 사법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사법부 독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최대한 담아 내려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법부의 바람대로 입법이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법관 업무 경감을 통한 상고심 내실화, 법관 인사권 등 핵심 내용에서 한나라당 안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양측이 내놓은 제도는 저마다 장ㆍ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유용하다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다. 대법관 수를 늘려도 상고심 기능 정상화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고, 상고 심사부는 소송당사자의 부담과 불편만 가중시킬 수 있다. 법관인사위원회는 사법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고, 법관연임 심사 실질화나 근무평정 강화는 법관 관료화를 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입법화 논의가 국민의 기본권 강화 측면에서 이뤄진다면 결실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사법부 통제 의도를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이 입법권 행사를 명분 삼아 사법부 고유 권한을 침해해 3권 분립 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사법부에 이념적 색깔을 씌우려 한다면 논의는 진전되기 어렵다.
사법부도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만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부 바깥의 건전한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 권리 충족과 편의성 증진을 위한 제도라면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종전의 태도를 버리고 법원의 모든 판결문을 공개키로 한 것은 적절했다.
대법원은 어제 2023년부터 신규 임용 법관 전부를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로만 충원하고, 동시에 고법ㆍ지법 판사를 분리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장 판사들의 '튀는 판결'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이 요구해 온 경력 법관제를 수용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법관 인사 제도 개선안의 긍ㆍ부정적 효과를 놓고 논란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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