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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박경수 중사 부인 등 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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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박경수 중사 부인 등 안타까운 사연

입력
2010.03.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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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벽 남편이 선잠 자락 꿈에 나타났다. "여보 추워, 여보 추워…." 애절한 말의 반복에 잠에서 깬 부인 박미선(29)씨는 생시(生時) 같았다고 했다. "남편이 아직 살아있으니 빨리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었어요." 부인은 계속 울먹였다.

천안함 침몰사고 후 사흘째인 이날 박경수(29) 중사의 부인 미선씨는 남편의 생존을 굳게 믿고 있었다. '제2 연평해전'이 터진 2002년 6월 열심히 싸우다 총탄을 맞고도 살아 돌아온 남편이기에 희망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남편은 올해 말에 미선씨가 그토록 바라던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겠노라고 약속까지 했다.

제2 연평해전의 영웅 박 중사가 이번 사고의 실종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바다엔 가족들의 절규가 흩뿌려졌다. 아버지 박종규(62)씨와 어머니 이기옥(58)씨는 "막내가 살아있다"며 이날도 백령도 인근 바다를 헤맸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고교를 졸업하고 1년여간 일식집 주방에서 일하다 2001년 해군 하사로 입대한 아들이라 회한이 사무쳤다.

2002년 해전 이후 박 중사는 "배를 타기 싫다"며 6년간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육지 근무를 했다. 승선근무를 하지 않은 탓에 동기들보다 진급이 늦었다고 여긴 박 중사는 2008년 다시 배에 올랐고 지난해 중사로 승진했다. 올해는 딸 가영(8)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혼인신고만 한 부인과 결혼식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가영이는 아직 아빠의 사고소식을 모른다.

이날 미선씨는 "나도 따라 죽겠다"고 오열과 실신을 거듭했다. 형 경민씨는 "어떻게 동생에게 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휴가를 앞두고 있던 서대호(21) 하사의 사연도 애틋하기만 하다. 어머니 안민자(52)씨는 "2월에 평택으로 올라와 배를 탄 지 두 달밖에 안됐다"며 "지난 20일 오후에 전화로 '3월말이나 4월초에 휴가라 집에 온다'고 했는데 장교들은 모두 살고 보일러기술자인 내 아들과 다른 어린 장병들만 실종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울부짖었다.

서 하사의 미니홈피엔 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이 1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지인 김영걸씨는 "니 아니다. 뉴스에서 본 건 인정 몬하겠으니 빨리 온나. 두 눈 똑바로 뜨고 니 발로 돌아와라"란 글을 남겨 읽는 이들을 울렸다.

실종자 46명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상희(23) 병장은 제대가 15일 남아 이번이 마지막 훈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역을 한달 앞둬 소지품을 집으로 보냈던 이용상(22) 병장은 지상근무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후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배에 올랐다.

평택=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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