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가 왔다. 금쪽같은 내 새끼야, 어디 있니…."
북받친 오열은 창공을 메우는데 바다는 답이 없었다. 28일 오전 경기 평택에서 밤새 성남함을 타고 천안함 침몰해역에 닿은 실종자 가족 88명은 하염없이 아들들의 이름을 불렀다. 부근에 함정 5, 6척이 수색을 하고 있었지만 망망대해에선 역부족인 듯했다.
가족들은 장병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내내 한숨만 쉬었다. 장진현 하사의 아버지 장만수씨는 "설 명절 이틀 전 휴가를 나와 50만원을 건네면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라고 해 여행을 다녀왔을 정도로 효자였다"고 했다.
일부 가족은 고속정(참수리정 339호)에 옮겨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함수(艦首)부분 수색해역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해난구조대(SSU) 대원들로부터 "인명구조작업에 앞서 (두 쪽 난 함정의) 함수와 함미(艦尾)의 위치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낙담했다.
가족들은 "27일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해경이 함수부분이 수면 1~2m 위에 떠올라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해군이 늑장 대응해 이제는 위치 파악도 못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순간 폭발로 급속히 침몰된 함미 부분의 기관실과 침실 등이 자동 밀폐되면 배 안 공간에 최대 69시간 생존이 가능할 수 있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다"며 신속한 구조를 요구했다.
배 안에선 실종자 중 한 명인 심영빈 하사가 아버지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는 소문이 퍼져 이를 확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정(父情)이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함에 탑승한 가족 일부는 평택으로 회항하고, 일부는 백령도에 남아 수색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이들은 성남함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해군 수색이 지지부진할 경우 민간 선박과 잠수부를 동원해 자체 수색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러나 이날 백령도를 찾은 정운찬 국무총리의 면담요청은 "대통령이 왔다고 해도 볼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
이날 경기 평택시의 해군2함대사령부에도 실종자 가족 등 200여명이 장병들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렸다. 가족들은 "생존자가 살아 있을 수 있나. 살아있다고 말해달라"고 울먹였다. 그러나 3일이 지났는데도 수색에 별다른 성과가 없자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앞서 27일엔 가족들에 대한 무리한 통제, 명쾌하지 않은 사고 설명 등으로 군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배가 가라앉았다"는 최원일 천안함 함장의 설명에 한 실종자 가족은 "선박업계에 30년간 근무했는데, 배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고, 일부 가족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던 최 함장의 차 위로 올라가 앞 유리와 문 등을 발로 차 부수기도 했다.
심지어 가족들이 영내로 진입하자 이를 막던 헌병대원들 중 한 명이 실종자 가족에게 총을 겨누기도 해 분노를 샀다. 가족들은 "내 아들 따라 나도 죽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군 관계자는 "통제된 군 내부로 허가 받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온 것 자체가 무단 침입"이라고 해명했다.
평택=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백령도=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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