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군의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체 인양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뢰와 부딪쳤나
각종 분석 가운데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는 주장에 가장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28일 "기뢰는 한 방에 배를 폭발시킬 수 있다"며 "원래 초계함은 연안까지 안 들어가는데 이날은 파도가 세니까 들어갔다가 기뢰에 맞았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최원일 천안함장도 27일 "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외부 요인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발이 함정 후미의 스크루 부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초계함 스크루의 음향 특성을 입력해 공격한 철저히 계산된 도발"이라며 "음향감응식 기뢰 말고는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떠다니던 기뢰가 함정에 달라붙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북한 서해함대의 주력인 사곶기지와 사고 수역이 직선거리로 50㎞ 정도에 불과해 북 반잠수정이 고속 기동 작전을 펼치고 돌아갔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예비역 해군제독도 "쇠붙이에 달라붙는 자기감응식 기뢰가 아닌 음향감응식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며 "다만 한국군이 설치했던 기뢰에 의한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다.
어뢰 공격인가
또 다른 외부 요인은 어뢰 공격 가능성이다. 어뢰 정도가 돼야 1,200톤급 초계함을 반파시켜 단번에 침몰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기석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림팩훈련에서 한국 해군이 어뢰 한 방으로 미국의 1만톤급 함정을 격침시킨 사례가 있다"며 "북 잠수정에 중어뢰를 탑재해 도발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승렬 전 해군참모차장은 "서해는 수심이 너무 얕아 북 잠수정의 침투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또한 어뢰는 보통 함정의 앞이나 옆을 공격하기 때문에 함정의 뒷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난 이번 사고의 특성과 잘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많다. 일부에서는 암초에 부딪쳤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전진하는 상황에서 후미 부분이 먼저 암초가 걸렸다는 부분은 설명이 잘 안 된다.
내부 폭발인가
내부 폭발일 가능성도 물론 있다. 사고 전후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없었고, 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북한의 소행으로 보긴 어렵다는 점이 근거다. 오 전 차장은 "초계함은 보통 백령도 남쪽으로 10마일(18㎞) 정도 떨어져 작전을 수행하는데 사고 수역은 불과 1마일 수역이었다"며 "천안함에 무슨 문제가 생겨 파도가 잔잔한 해안 가까이로 이동한 뒤 내부에서 용접이나 수리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선체를 두 동강 낼 만한 강력한 폭발이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물리학 교수는 "기름 탱크의 유증기가 새어 나와 폭발했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압력이 요구된다"며 "집안의 보일러 폭발 사고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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