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관광객을 상대로 싸구려 풍경사진을 판매하던 중국인이 스웨덴의 유명자동차 브랜드인 '볼보'의 주인이 됐다.
중국 자동차 메이커 지리(吉利)그룹의 리슈푸(李書福ㆍ47ㆍ사진) 회장이 볼보의 최대주주인 미 포드사로부터 18억달러(약 2조원)에 볼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28일 체결했다고 신화통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업체가 해외 유명 브랜드를 통째로 사들이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지리그룹의 볼보 인수는 중국기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내수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세계자동차 시장에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리슈푸 회장은 중국의 록펠러로 통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동부 저장(浙江)성의 항구도시 타이조우(台州)시에서 태어난 그는 학교 졸업선물로 받은 100위안으로 구식 카메라와 자전거 한 대를 구입, 풍경사진을 찍어 관광객들에 판매하면서 6개월 만에 종자돈을 10배로 불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23살 때인 1986년 냉장고 제조업에 진출해 대박을 터뜨린 그는 92년 오토바이 부품제조업, 98년 자동차 생산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3년 중국 최초로 '메이드인 차이나' 자동차의 해외수출을 성공시켰으며, 지난해 30만대를 생산, 민간기업으로는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를 일궈냈다.
하지만 '베이비 롤스로이스' 로 불리는 '짝퉁' 차를 비롯, 외국 유명 차를 카피하는데 급급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제값 받는, 고품질 차를 만들기 위해 해외 유명브랜드 확보에 나선 그에게 2007년 볼보로부터 들어온 인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평소 "남들이 '왜'라고 묻는 동안 나는 '왜 안돼'라고 묻는다"고 밝히곤 했다.
리 회장은 볼보 인수 후에도 볼보의 판매망과 스웨덴, 벨기에 공장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2,3개 고급차 모델을 중국 내에 추가로 생산해 5년 내 볼보의 연간 판매규모를 현재의 40만대 수준에서 100만대로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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