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33)씨는 이른 아침 출근길 성수대교앞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 감지장치(센서)를 통해 '위험' 신호를 통보받았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경고 창과 함께 "붕괴 위험이 있으니 동호대교나 한남대교로 돌아가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인근에서 성수대교 진입을 시도하던 차량들이 다리를 건너기 직전 자동으로 차 시동이 멈춰버렸다.
#. 주말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주부 이모(39)씨는 휴대폰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휴대폰이 진동으로 울리더니 음성으로 '위험'신호를 알려온 것. 휴대폰에서는 수차례 "건물에 진동이 감지되고 있으니 신속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 흘러나왔고, 당황한 이씨가 급히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이 다시 '위험'신호와 함께 "비상구로 내려가라"고 안내한 것이다.
2020년, 통신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자연재해나 인재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이는 통신의 주체가 사람에서 사물로 바뀌면서'보이지 않는 손', 즉 사물통신(M2M)이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사물통신(M2M:Machine to Machine)이란 사물과 사물간에 연결된 감지장치(센서)가 안전성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교류하는 것을 뜻한다. 사물이 감지장치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면 홍수나 폭풍, 대설,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화재, 폭발, 조난, 자동차사고 같은 인재도 미리 감지하고 안전장치를 작동시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0년에는 IT 기술의 발달로 제2, 제3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1995년)이나 숭례문 방화 사건(2008년) 등을 미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통신이 이처럼 사물통신이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 올 연말까지 (가칭)사물통신 기반구축 및 사물정보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사물통신 요금제도 및 전용 주파수 확보 등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28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달 중순께 사물통신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산학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2012년까지 사물통신공공망을 구축해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저렴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ㆍKT 등 이동통신사들도 사물통신을 차세대 핵심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서비스 확산을 위해 전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아직 국내 통신시장에서 사물통신은 시장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체 이동통신 회선 중 3.6%인 170만 회선만이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물통신의 진가가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래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KT는 지난달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0'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광고 자판기(7 인치), 모바일플래너, 전자책(e-북) 등을 선보이며 사물통신 서비스와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은 받기도 했다. 지난해 사물통신을 차세대 핵심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KT는 와이브로,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융합(컨버전스) 상품으로 사물통신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2G, 3G 기반의 사물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현재 90만 가입자(회선)를 보유해 사물통신 확산에 따른 전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정부는 사물통신 시장이 2007년 15조8,000억원에서 2013년 50조7,000억원 규모로 약 3.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통신 장비도 2,500만개에서 1억2,60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20년에는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 기반으로 되어있는 AToN(All Things on Network)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IT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통신사 수익 구조도 사물통신 기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은 지금 사물통신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2012년까지 사계 최고 수준의 사물통신 기반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정 및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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