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26일 밤 군은 인명 구조와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합참은 오후 10시 4분께 작전본부장 등 17명으로 구성된 긴급조치반을, 국방부는 오후 10시 30분께 정책실장 등 60여명으로 구성된 위기관리반을 구성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오후 11시께 약 15분 가량 사고 해역 인근에서 포 소리가 들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군과의 교전사격으로 오인받아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 해병1여단의 구명용 조명탄 등으로 확인돼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사고 직후 사고 해역을 관할하는 해군2함대는 현지에 구조헬기와 경비정, 고무보트, 구급차 등을 보내 인명 구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북한에 특이 동향이 발견되지 않아 전군 비상경계령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동분서주하던 군 당국은 오후 11시 40분께 짤막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후 9시 45분께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우리 함정의 선저(바닥)가 원인 미상으로 파공돼 침몰 중에 있어 인원을 구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교전 가능성을 그다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단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합참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은 27일 0시 20분께 브리핑을 통해 "104명의 승조원 중 현재 구조 인원은 60여명"이라며 "작전 중에 초계함 레이더상에 미상물체가 포착돼 5분 정도 경고사격을 했고 레이더에 포착된 형상으로 보아 새떼로 추정되나 정확한 내용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승조 인원 중 상당수가 물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배는 물에 거의 다 잠겼다"며 "날이 밝아야 정확한 사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날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극도로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신 "사고 원인도 중요하지만 인명을 구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편 경찰청은 26일 오후11시 50분 서울 경기 인천 강원에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을호 비상은 최상이 비상령인 갑호의 다음 단계로 소속 경찰관의 절반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청와대에서도 긴급장관회의를 연 점에 비춰 내린 조치"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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