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5학년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아 두 녀석이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학교 도서관이 숨기는 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 주부는 시리즈로 나온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가운데 성 교육을 다룬 한 권을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하면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을 쉬쉬할 게 아니라 정확히 가르쳐서, 어릴 때부터 남자와 여자가 몸과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도록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같은 이유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감추는 책이 더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아이들을 멸균실이나 유리 온실에서 키울 수는 없는 법. 스스로 배우고 판단해서 면역을 키우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들 몫일 것이다.
이 주부는 부산 여중생 피살사건 등 최근 수년 사이 잇따르는 성범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한다. 이제 슬슬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한 큰 아들에게 그는 늘 이렇게 강조한다고 한다. "여자의 몸은 아주 섬세해. 생리를 할 때는 더 예민해져. 엄마도 마찬가지니까, 엄마 건드리지 마. 그리고, 남자는 아무 데나 씨앗을 뿌리면 안 돼. 몸 간수 잘 못하는 놈들 때문에 여자들 울리는 성범죄가 생기고 낙태도 있는 거야."
아들 녀석이 그 말을 너무 깊이 새겼는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옆집 아줌마한테 "우리 엄마 건드리면 안 돼요. 지금 생리 중이시거든요"라고 말했다는 것. 어른들 당황하게 만든 이 녀석, 주책스럽긴 해도 예쁘지 않은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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