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를 놓고 실종자 가족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군을 비롯한 군 당국은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궁금증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순식간에 반파 후 침몰?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27일 국회 보고에서 "폭발음이 있고 난 후 20분 만에 천안함 전체의 60%가 침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원일 천안함장은 "쾅 하는 순간 갑판 위에 나갔을 때 배 후미는 이미 가라앉은 뒤였다"고 진술했다. 가라앉은 정도가 합참 보고보다 더 심했다는 의미다.
반면 구조 작업에 나섰던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현장 도착 당시 천안함은 뒷부분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채 살짝 가라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의 도착 시간은 사고 발생 50분 후인 26일 오후 10시 20분께였다. 사고 발생 시점이 오후 9시 30분인 점을 감안하면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다.
침몰 수역 미스터리
해군과 합참은 백령도 서남쪽 1마일(1.8㎞) 부근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원래 초계함이 접근하지 않는 얕은 해역"이리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한 실종자 가족은 "사고 수역은 수심이 불과 6, 7m에 불과하다"며 "왜 초계함이 이곳으로 왔는지, 그리고 왜 침몰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함은 낡은 고물?
실종자 가족들은 천안함이 낡아 수리가 잦았다고 주장한다. 해군 고위 관계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천안함은 너무 오래된 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천안함은 1989년 취역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들이 한 번 배를 타면 10~15일 후 복귀하는데 수리를 위해 들어온다고 하더라" "사고 전에도 세 차례 바닥에 물이 스며들어 수리를 했다고 들었다" "남편이 작전에 나갈 때마다 배가 줄줄 (물이) 새기 때문에 내리고 싶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천안함은 99년 1차 연평해전에서 피격을 당했다. 따라서 천안함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에서 비상 전력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천안함이 노후화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함장이 맨 먼저 탈출했나
최 함장은 27일 "가장 나중에 함정을 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생존자들은 "함장과 부장이 해경 함정에 구조돼 가장 먼저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했다. 또한 해군 측은 현장에서 어떤 구조 활동을 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최 함장이 휴대폰으로 상부에 보고를 했다는 점도 석연찮다. 합참 관계자는 "함장 말고 통신사가 비상용 무전기(PRC_999K)로 상부에 별도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참은 함장의 진술 외에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을 거부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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