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계획을 크게 웃도는 물량이 발행되고, 응찰률은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은 대폭 줄어들었는데, 우리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제도 변경 등으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 덕이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연간 157%에 머물렀던 국고채 응찰률은 올 들어 두 배 가량 폭증하며 1월 294.2%, 2월 315.2%, 3월 322.8% 등 매달 신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발행 예정 물량보다 3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수요가 몰리면서 국고채 실제 발행액도 당초 발행 계획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달까지 매달 6조5,000억원씩 총 19조5,000억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36% 초과한 26조4,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 같은 국채수요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다가 조만간 글로벌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관 재정부 국채과장은 "WGBI에 편입될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10조~15조원 유입될 전망"이라며 "WGBI가 장기 투자 중심의 지표이기 때문에 10년물 이상 장기 국채 수요가 벌써부터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보험사들이 내년 4월 전면 시행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제도를 앞두고 자산 운용의 미스매칭을 줄이기 위해서 장기 국채를 적극 매입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물론 국채 수요의 증가 기저엔 풍부한 유동성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요는 늘고 있는데 반해 공급은 작년보다 대폭 줄어든 상황. 작년에 85조원에 달했던 국고채 발행 물량은 올해 77조7,000억원으로 8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정돼 있다. 공급이 부족할 것이 예상되면서 수요가 더 몰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 실제 발행액이 발행 예정액을 초과하는 것은 작년 말 낙찰금리 수준에 입찰된 물량이 발행 예정액을 초과하더라도 전액 낙찰해주는 방식으로 낙찰방식을 변경했기 때문. 결국엔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우리나라 국채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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