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바니어 지음ㆍ유영미 옮김/랜덤하우스 발행ㆍ428쪽ㆍ1만2,500원
걷지도 못하는 18개월 된 아기를 알래스카 탐험에 데리고 가는 것, 아이들을 하루에 몇 시간씩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방치하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위험할까.
프랑스 탐험가 니콜라 바니어는 1994년 아내와 18개월짜리 딸 몽텐을 데리고 1년간 여행을 떠난다. 캐나다 북부 프린스 조지에서 로키산맥을 넘어 알래스카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여정이었다. 말을 타거나 걸어서 700㎞를 이동한 뒤 투카다시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얼음이 어는 겨울을 기다렸다가 개 10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알래스카 접경지인 도슨까지 다시 1,700㎞를 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왜 아기를 그렇게 위험한 곳에 데리고 가느냐고. 바니어는 그들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 <눈의 아이, 몽텐> 을 통해 이렇게 답한다. "부모는 누구나 아이가 크는 것을 보고, 아이를 자신의 생활에 참여시키고 싶다. 그것이 어떤 부모에게는 집과 텔레비전이고, 또 다른 부모에게는 개썰매와 텐트인 것이다. 설사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라 해도 자연은 양육에 적대적인 환경이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모습, 몽텐의 웃음이 그 증거다." 눈의>
세 사람의 여행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순탄하지 않았다. 출발과 함께 비가 줄기차게 내렸고, 비가 그친 뒤에는 모기떼의 습격이 이어졌다. 식량과 총을 실은 네 마리의 말은 수시로 달아났고, 회색곰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강의 얼음이 녹는 바람에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은 동시에 그들을 넉넉하게 품어주었다. 그들은 소나무를 베고 껍질을 벗겨 인디언 서머를 보낼 집을 마련했으며, 자연 속에서 송어와 새, 사슴 고기 등 식량을 얻었다. 붉은사슴 가족이 호수에서 목욕하는 모습이나 늑대 떼가 사냥하는 모습 같은 황홀경을 선사하기도 했다. 바니어는 "자연의 균형을 존중하는 한,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다른 것은 보호하는 한, 사람은 자연 속에서 언제나 자신이 있을 자리를 발견하기 마련"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의 순간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감각을 열어가고 성장해가는 아기 몽텐의 모습이다. 몽텐은 숲의 덩굴식물과 돌에 걸려 넘어지며 혼자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언어보다 새의 노래와 말 울음소리를 먼저 익히면서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인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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