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현수막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집권세력에 악재가 쏟아지지만 정치 구도가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정치 전반의 부진, 특히 진보개혁 정치의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현실에서 희망을 갖지 못해서인지 시민들은 정치권과 거리 먼 종교계에서 더 많은 위안을 기대하는 것 같다. 때마침 법정 스님의 입적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깊고 넓은 감동이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일파만파로 퍼졌다. 폭풍 같은 감동의 원천은 무엇일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어야
어찌 보면 법정 스님은 세례자 요한을 닮았다. 세례자 요한과 법정 스님은 모두 기존의 경계를 넘어 광야로 나온 점에서 진보적이다. 세례자 요한은 견고하게 구축된 성전의 틀을 벗어나 광야를 떠돌면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했다. 법정 스님은 종단과 산문(山門)에 갇히지 않고 현대적 감수성으로 세속에 말을 걸었다.
더 중요한 것은 '무소유'였다.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거친 들판을 누볐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를 시주 받았지만 봄·가을 법회 때 법문을 했을 뿐, 사판의 일에는 간여하지 않고 오두막에서 기거했다. 제자들에게는 "내 장례식을 하지 마라. 관(棺)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고 말했고 이 당부는 그대로 지켜졌다.
그들은 자신을 주장하고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세례자 요한은 몸을 낮추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몸을 굽혀서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 법정 스님은 어리석은 탓으로 저지른 허물은 계속 참회하겠다면서 그 동안의 말 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며칠간 감동의 파도를 함께 느끼면서 감동의'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마이클 포터는 고전적 저작 <경쟁전략> 에서 가격우위, 차별화, 집중화 등 3개의 전략을 언급했다. 가격우위와 차별화 전략이 넓은 시장을 공략하는 광야의 전략이라면, 집중화는 좁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협곡의 전략이다. 경쟁전략>
대중은 안중에 두지 않고 절 집과 교회만을 지키려는 자들은 집중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장벽을 낮추고 자신의 장점을 적극 호소하여 대다수 소비자에게 접근하려는 모험은 가격우위,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좀 외람된 표현이지만, 세례자 요한이나 법정 스님은 저비용의 경쟁력, 독특성의 경쟁력으로 대중에 어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때로는 집중화 전략도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적절하게 틈새를 찾아 울타리를 쳐서 독점적 이윤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세력도 집중화 전략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둘 중 하나에 속한다. 소규모 집단에 기반한 기득권을 지키는 전략을 취한 것이거나, 아니면 아예 전략 개념이 없는 경우다.
진보개혁세력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많은 국민들은 단일화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이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유시민 전 장관은 공식선거 운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협상이 끝내 결렬된다면 양측은 선거에서는 물론 국민의 마음속에서도 공멸하고 말 것이다. 진보신당은 철학과 원칙과 대의명분을 말하면서 아예 '5+4 회의'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차별화된 경쟁력은 없이 소수 지지자들만 몰려 있는 좁은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어렵게 쌓아온 울타리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감동에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
그래도 광야에서 외치는 감동의 목소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 이정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국면에서 우리 당 몫의 자리 하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당과 달라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야권 연대가 꼭 될 것이고, 그것이 지방선거를 국민의 승리로 만들 것이라고 분명히 인식시키는 단단한 연대와 빠른 걸음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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