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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署 성매매업소 단속 현장/ "장안동은 잡았는데…" 퍼져나간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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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署 성매매업소 단속 현장/ "장안동은 잡았는데…" 퍼져나간 독버섯

입력
2010.03.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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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1시, 네온사인 하나 없는 적막한 거리엔 영하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봉고차 안에서 잠복중인 단속 경찰관들은 "단속 정보가 샌 거 아니냐"며 초조한 표정들이었다. 이들이 찡그린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 곳은 50m 정도 떨어진 5층짜리 건물. 1층에 투자증권 회사, 2층엔 치과 등이 있는 주택가 인근의 평범한 상가였다. "손님이 나올 때가 됐는데…." 중얼거리던 서울 동대문경찰서 정영근 강력팀장은 "지하 1층에 '안마 시술소'가 은밀히 영업 중이다"고 귀띔했다. 손님이 들고 날 때만 업소의 철문이 열리기 때문에, 그 때를 노려 덮치겠다는 계획이었다.

동대문서 단속팀이 심야 기습 단속에 나선 이 지역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택가 인근. 한때 성매매업소들로 불야성을 이뤘던 동대문구 장안동과는 차로 10분 거리. 2008년 '장안동 성전(性戰)'으로 장안동은 성매매업소들이 궤멸되다시피 했지만, 인근 지역으로 암암리에 퍼져나간 것이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동대문서는 이날 이곳 외에 중랑구 면목동에도 단속팀을 보내 일제 단속에 나섰다.

한적한 지역인 데다 간판조차 없는데도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은 '삐끼'가 있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장안동에서 삐끼들이 계속 활동하면서 차량으로 손님들을 인근 지역으로 실어 나른다"며 "요즘 삐끼들은 특정 업소에 소속되지 않은 채 일하면서, 많게는 한 달에 1,500만원까지 벌기도 한다"고 전했다.

새벽 1시 10분께. 드디어 "손님 들어간다"는 연락이 왔다. 건물 인근에 있던 경찰관 2명이 먼저 손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고, 다른 경찰관 5명도 봉고차 문을 열고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을 덮치려던 계획은 일단 실패였다. 단속을 눈치 챈 업소가 철문을 굳게 닫아 버린 것. 홍중현 강력계장은 "건물 출입구와 계단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 경찰이 손님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며 "주변에 차량을 오래 세워놓아도 삐끼들이 다가와 안을 확인하는데, 조금만 이상하면 숨어버린다"고 말했다.

단속팀은 하는 수 없이 잠긴 문을 뜯기 위해 소방서에 지원을 요청했다. 10분 뒤 도착한 소방대원이 유압기로 아예 문을 떼낸 뒤 들어가자, 업주와 종업원, 손님들이 어디로 숨었는지 컴컴한 업소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18㎡ 규모의 9개 방들은 욕실과 침대가 비치된 전형적인 장안동식 '안마방'이었다. 욕실은 누군가 방금 샤워를 한 듯 뿌연 김이 서려 있고 빨간 구두, 먹다 남은 음료수 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단속팀은 숨바꼭질하듯 손전등으로 업소 곳곳을 뒤져 숨어있던 여종업원 4명과 손님 3명을 찾아냈다. 그리고 40분을 수색한 끝에야 컴컴한 방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업주 차모(46ㆍ여)씨를 잡았다. 하지만 문을 따는데 시간이 걸렸던 탓에 카드 기기와 콘돔 등 증거품은 찾지 못했다. 홍 계장은 "현장 증거품이 없어 아쉽지만 사전 조사내역이 있어 업주를 입건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업소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어 최근까지 5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날 면목동 업소에서도 업주 김모(36)씨와 여종업원 등 6명을 붙잡았다. 김씨는 여종업원 4명을 고용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성매매를 알선하고 2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홍 계장은 "삐끼들을 붙잡은 다음 이들과 연결된 업소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장안동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간 성매매 업소를 뿌리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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