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정ㆍ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26일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함께 섰다. 1년 4개월여만이다. 11월 중간선거에 나서는 매케인 의원의 유세와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페일린이 동참한 것이다.
이날 매케인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주의 투산에서 열린 공동 유세장은 4,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매케인과 페일린이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하고, 공식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던 매케인의 부인 신디와 페일린의 남편 토드도 옆자리에 동석해 대선 당시 미네소타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수시간 전부터 유세장으로 들어서려는 차량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유권자들은 전당대회장에서 페일린의 깜짝 등장 이후 연호했던 "세라, 세라, 세라"를 다시 외쳤다.
겉모양은 대선 당시와 비슷했지만, 실상은 판이했다. 그 때는 페일린을 부통령으로 낙점한 매케인이 '가장' 이었다면 이날의 '주인공'은 페일린이었다. 중간선거에 나설 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를 앞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매케인이 보수세력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페일린에게 도움을 청했고, 페일린은 '보은' 차원에서 승낙했다. 페일린은 "미국과 애리조나를 위해 '매버릭'을 다시 상원으로 보내자"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큰 정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사람이 바로 매케인"이라고 호소했다. 마치 당 지도부가 정치 신인의 지원유세에 나선 듯한 분위기였다.
청중들도 매케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마리아 윌콕스(43)는 뉴욕타임스에 "내가 여기 온 유일한 이유는 페일린을 보기 위해서"라며 '페일린 2012'라고 쓴 손바닥을 내보였다. 그는 "매케인은 너무나 많이 민주당 쪽으로 왔다갔다했다"며 그의 무당파적 성향을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페일린은 "매케인을 지지하는 것이 (보수적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매케인의 보수색을 살리는데 힘을 쏟았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일린의 '노력'에도 불구, "매케인이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상원의원 5선에 도전하는 매케인은 당내 경쟁자인 J D 헤이워스 전 하원의원에게 뒤지는 상황에 처해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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