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사전인 '킨들러 문학 사전'(KINDLERS LITERATUR LEXIKONㆍ이하 KLL) 최신판에 한국의 생존 작가 15명을 포함, 고전ㆍ근현대 문학 작가 30명이 대거 등재됐다. 한국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문학의 중심에 있는 독일어권에 한국문학의 흐름과 주요 작가를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장영은 숙명여대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는 28일 "독일 메츨러 출판사에서 최근 총 18권으로 발간된 KLL 제3판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는 20세기 이후 활동한 근현대문학 작가 22명, 신라와 조선시대의 고전문학가 8명 등 모두 30명이 수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LL은 전 세계 8,000여명의 작가를 수록하는 등 등재 규모와 작가별 정보량에서 독일어권 문학사전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데, 1972년 완간된 초판과 1992년 완간된 제2판에서는 한국 작가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2009년 9월 발행된 KLL 제3판에는 신라 말의 문필가 최치원을 필두로 김시습 정철 황진이 박인로 윤선도 김만중 박지원 등 조선시대 문인 7명이 등재됐다. 근현대 작가 중에서는 한용운 이광수 김소월 김동리 김수영 박경리 이청준 등 작고 문인 7명과, 박완서 이호철 고은 최인훈 황동규 오태석 김광규 김지하 김원일 황석영 이강백 오정희 이문열 황지우 김혜순 등 생존 문인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독일 출신인 마르크 슈라플락 숙명여대 교수는 "KLL은 해당 작가의 작품이 문학적 경전(經典)으로 평가 받는지, 그것들이 문화사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작가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KLL은 작가의 성(姓)을 기준으로 알파벳 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작가별로 출생일 및 출생지, 생애 요약, 작품 세계, 영어ㆍ독일어 번역본 출간 현황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번 KLL 최신판은 고은 시인의 경우 "동시대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남한의 시인. 한국문학을 유럽에 알리는 사절로 다양한 활동을 폈다"며 두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다루고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이념을 명분 삼아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철저한 거부, 중산층의 삶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소설의 중심 테마로 삼는다"고 소개했다.
장영은 교수는 "세계 독어권 문학 전공자들의 주요 참고서인 KLL이 많은 한국 작가를 상세히 다룬 것은 한국문학을 체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등 지속적인 한국문학의 세계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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