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다양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독특한 소재를 개성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낭만주의 회화 계승한 풍경사진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작가 대런 아몬드(39)의 개인전에서는 시적 감수성이 가득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개인의 기억과 장소 등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 아몬드는 2005년 영국의 권위있는 미술상인 터너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의 주를 이루는 '풀문(Fullmoon)'시리즈는 장시간 노출을 통해 달빛 고요한 자연 풍경을 찍은 것으로 윌리엄 터너,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등 19세기 유럽 화가들의 낭만주의 회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업이다. 아몬드는 과거의 화가들이 화폭에 담았던 풍경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아몬드는 "낭만주의 전통은 자연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시간에 따른 빛의 움직임 같은 낭만적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몬드는 1997년 데미언 허스트를 비롯한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센세이션'전에도 참여했지만, 그의 작품은 yBa 하면 떠오르는 충격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당시 '센세이션'전에 출품한 작가 중 내가 가장 어렸다"며 "나는 yBa 다음 세대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산을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수행하는 일본 교토의 승려, 인도네시아 화산에서 유황을 캐는 광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작업도 나왔다. 4월 16일까지. (02)515-9496
공사장 가림막에서 포착한 가상과 현실
서교동 갤러리잔다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한성필(38)씨는 공사중인 건물의 가림막을 찍는다. 화재로 불탄 숭례문 공사현장과 벨기에의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등 한국과 유럽의 곳곳에 걸린 가림막에서 가상과 현실, 차단과 소통 같은 이중적인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2004년 보수공사 중인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앞에서 본 가림막이 이런 작업의 계기가 됐다. "처음 성당이 지어진 1700년대 당시의 스케치로 성당 전체를 씌워두었는데,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하고 있는 현실이 재미있었어요. 그 가림막 자체가 가상인 동시에 현실이잖아요.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숭례문의 가림막을 찍은 사진에 '성형 수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조각조각 나뉘어진 천으로 만든 가림막 때문에 숭례문이 마치 성형 수술대 위에 올라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숭례문의 비극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지난해 서울 원서동의 건축사무소 '공간'의 건물 내부 사진으로 이 건물 외벽을 감싸는 작업을 하기도 했던 한씨는 이번 개인전 전시장 외부에는 벨기에의 작은 마을에서 찍은 이미지들을 씌워놓았다. 5월 9일까지. (02)323-4155
순간을 기억하다
여의도 63빌딩 60층에 있는 63스카이아트미술관은 배병우씨를 비롯한 국내 대표적 사진작가 18명의 작품 59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일상의 공간, 도시' '마음의 고향, 자연' '우리의 희망, 당신'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도시와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커다란 화면 속에 대형 건물과 도시의 구조를 담아낸 권순관씨, 청계천 공사 장면 등 도시의 변화 양상을 찍는 안세권씨, 나무에 조명을 설치하는 등 독특한 연출 사진으로 자연의 모습을 담는 이정록씨,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김아타씨의 '뮤지움 프로젝트' 등이 눈길을 끈다. 7월 11일까지. (02)789-5663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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