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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글로벌 기업들의 우물안 감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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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글로벌 기업들의 우물안 감정싸움

입력
2010.03.2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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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LG전자 서초 연구ㆍ개발(R&D) 캠퍼스. LG전자의 풀 발광다이오드(LED) 3차원(3D) TV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가 열린 이 곳에선 낯선 광경이 연출됐다. LG전자가 이날 선보인 신제품과 제조사 표시 라벨을 가린 제품에 동영상이 나란히 흘러갔다.

라벨은 가려졌지만 이 제품이 '삼성 3D TV'란 사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똑같은 영상이지만 LG 제품에서 보여지는 밝기와 선명도는 삼성 제품을 능가했다. 3D 전용 안경 전시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중에 나온 신제품의 성능이 우수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담당 기자들까지 초청한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비교 체험 자리를 마련한 것을 보면 LG전자가 어지간히 신제품 자랑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경쟁사 제품의 인위적인 조작 가능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위험 부담까지 떠안고 이번 이벤트를 감행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무리수를 둔 LG전자의 입장도 이해가 갈만하다. 최근 서울 시내 일부 백화점과 대형 유통 매장에서 LG전자 비방 글과 동영상을 버젓이 걸어 놓고 영업을 진행했던 삼성전자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어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은 오히려 "LG쪽 비방이 더 심하다"는 반응이다.

두 회사의 해묵은 안방 공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도를 넘어서는 양측의 비방전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두 회사의 이런 행태를 보고, 내심 웃는 쪽은 소비자가 아닌 해외 경쟁업체들이다. 올해 매출 목표를 130조원으로 정한 삼성전자나 59조원으로 세운 LG전자에게 붙여진 '글로벌 기업'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소비자들에게 결국, 두 회사 제품에 대한 불신만 더해 줄 뿐이다.

허재경 경제부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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