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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분단국가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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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분단국가의 죄

입력
2010.03.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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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이 불안하다. 공군 전투기 2대 추락, 육군 헬기 추락에 이어 해군의 초계함 천안호 침몰사고까지 이어지자 '이거 왜 이러나!' 하는 불안이 국민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이번 사고 군함 은 아니지만 초계함에 얼마 전 결혼한 고종사촌이 근무하고 있어 우리 집안도 한바탕 비상이 걸렸다.

어이없게 자식을, 남편을, 아버지를 잃은 가족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군인이 전쟁에서 전사했다면 영웅이 되겠지만 사고사로 죽는다는 것이 어이없다. 국방부의 해명은 앵무새처럼 되풀이될 것이다. 위기상황, 노후화된 기기, 결론은 국방예산 타령일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함장을 비롯해 장교는 모두 살았다는 것이 '국민감정'을 자극할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국방부는 면죄부를 받기 위해 마녀재판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2차대전 때 미국의 군함 인디애나폴리스 호는 수많은 부하가 수장되고 함장인 찰스 버틀러 맥베이 3세 대령은 살았다. 단지 배와 최후를 같이하지 않았다는 죄로 그는 평생을 불명예와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00년 미국이 32년 만에 그의 명예를 회복시킨 이유는 함장의 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국가의 죄라는 것이었다. 이번 사고는 일차적으로 분단국가의 죄며, 국방부의 죄다. 그들도 우리 국민이며 귀한 생명이다. 순국한 분들께는 명복을 빌며, 살아난 분들께는 위로를 보낸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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