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엔 특수잠수 분야 최정예라 불리는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투입됐다. 그러나 사고 3일째인 28일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유물 일부를 건진 수준이다. 물살이 워낙 빠르고 물속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탁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실제 구조현장을 살펴보니 바다만 원망하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이날 오후 4시 기자가 탄 해군 YF수송정(3.5톤급)이 인천 옹진군 백령도 장촌포구 앞바다에서 시속 20노트(36㎞)의 속력으로 수색작업이 한창인 사고해역을 찾았다. 초계함과 구축함, 고속정 사이로 해병대 고무보트 5척에 6명씩 나눠 탄 SSU 대원들이 7차례 주변해역 물속을 뒤지며 함수(艦首) 와 함미(艦尾)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많이 지치고 효율도 떨어져 보였다. 대원들은 장촌포구의 기습훈련장에서 현장까지 겨우 7명이 탑승 가능한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20분 넘게 바다 위를 달렸다. 출렁이는 파도에 반 녹초가 된 상태에서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체온손실과 수압을 견뎌내야 했다. 정확한 선체의 위치도 파악되지 않아 그저 추정만으로 수색을 했는데, 대원 수십 명이 감당하기엔 바다는 너무 광활했다.
더구나 수중에서 장시간 견딘다고 해도 조류가 워낙 거세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 군 관계자는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의 수중 물살이 거세지는 지점인 데다 바닥을 건드리면 흙탕물을 일으키는 갯벌과 모래층이라 앞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무보트 위에서 겨우 몸을 가누고 있는 SSU 대원들을 멀리하고, 이날 오후 도착한 3,000톤급 구조함 '광양함'이 있는 해역으로 향했다. 10분 남짓 걸렸다.
길이 86m, 폭 15m에 이르는 광양함의 위용은 대단했다. "잠수부가 충분히 체력을 비축하면서 바로 현장으로 투입될 수 있고, 최대 수심 91m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랑과 달리 광양함의 선상은 너무 조용했다. 김현태 광양함 함장(중령)은 "정확한 선체 위치가 파악되면 이동해 닻을 내리고 잠수부들의 활동을 본격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자체 위치탐색 기능은 갖추지 않은 터라 제 아무리 잠수부 지원능력이 뛰어나도 선체의 위치를 알지 못하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선체를 인양할 때 쓴다는 크레인도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다. 광양함이 정확한 위치타령을 하는 사이 실종자들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사흘을 넘기고 있었다.
다행히 이날 밤 7시57분께 SSU 대원들은 함수 지점에 들어가 위치표식 부이(부표)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백령도=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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