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에너지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가칭'기후에너지부'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핵심 국정과제로 등장한 만큼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달 중순 시행되는'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의 주관부처를 둘러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주도권 다툼이 작용했다. 부처 사이의 협조 문제를 툭하면 부처 신설로 풀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은 온실가스 감축 등 관련 규제업무를 지경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맡도록 했다. 두 부처의 밥그릇 싸움을 조정하기 어렵게 되자 적당주의 타협으로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재계가 '이중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규제개혁위도 시정을 요구하자, 결국 청와대가 나서 환경부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개별사안에서 부처 관할권을 다툴 여지는 널려있다. 학계와 재계에서 영국 덴마크 등의 예를 들어 기후ㆍ에너지 전담부처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당장 반론이 나온다. 부처간 이해를 조정하는 거버넌스, 협치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관료사회에선 부처를 만들어봐야 옥상옥이 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지경부와 환경부의 어떤 조직을 떼내 새 부처를 만들 것인지부터 갈등과 분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부처간 이해 다툼 하나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는데, 새 부처가 생긴다고 달라질 일은 없다. 대통령이 2년 전 녹색성장을 국정 어젠다로 내놓았는데도 아직 업무의 교통정리조차 안된 것도 우습다. 총리실도 차제에 행정 거버넌스를 잘 연구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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