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광역자치단체 의회의원들이 지난 4년간 조례안을 거의 발의하지 않은 반면 지자체 조례안은 대부분 그냥 통과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기능이 사실상 마비됐고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의원들이 태반이라는 방증이다. 이는 광역자치단체장과 의회의 다수당이 같은 정당인데다 의원들의 전문성과 역량부족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일각에서는 주민발의 조례가 활성화 돼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3년 6개월간 16개 광역의회의 의원발의 조례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광역의원의 조례발의는 의원 당 평균 2.07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경북도의회(0.83건)와 부산시의회(0.91건)는 한 건도 되지 않았다. 최대 광역의회인 서울시 역시 의원 당 발의건수가 2.3건으로 1년에 한 건이 채 안됐다. 아예 발의 자체가 없는 의원도 14명이나 됐다.
반면 광역자치단체가 제출한 조례안은 평균 70%가 원안 그대로 통과됐고, 수정가결까지 포함하면 무려 96.1%에 달한다. 특히 울산(90.73%)과 부산(86.13%), 광주시의회(85.58%)의 지자체 조례안의 원안 가결은 정도가 심했다. 지자체 조례안의 상당부분이 행정편의 위주로 주민편의나 민심과 동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부실심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경실련 관계자는 "의원발의가 최소한 반년에 한 건 이상은 나와야 정상"이라며 "의회기능과 자율성이 이렇게 떨어져서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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