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을 갈 때도 다들 스케치북은 챙겨갑니다. 가서 '행복'을 그려오죠."
2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2가 대동갤러리 1층 전시실. 관람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작품들을 살펴보는 노(老)화백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행복이 보여요. 그래서 더 행복합니다. 그러니 웃을 수밖에요."
서양화가 노의웅(67ㆍ전 호남대 예술대학장)씨. 그와 그의 식구들이 '한가족 6인전'이라는 이색 전시회를 열었다. 부인 임순임(61)씨와 공예가인 큰딸 미숙(41ㆍ남부대 교수)씨, 서양화가인 둘째 딸 미라(37ㆍ동일전자정보고 교사)씨, 조각하는 막내딸 미화(34ㆍ혜림직업전문학교 교사)씨, 서예가인 둘째 사위 이상열(39ㆍ광주여고 교사)씨가 그들이다.
가족 전시회 주제는 행복. 가족으로서, 작가로서 살아가면서 빚어낸 작품들을 놓고 서로 대화하며 부대껴온 시간의 결과물이다. "예술이라는 같은 길을 가다 보니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죠." 그는 "행복이 절로 만들어지더라"고 했다.
노씨의 가족 전시회는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30점.
동화적이고 낭만적 감성을 모티브로 한 '구름천사'시리즈로 화단에 널리 알려진 노씨는 100호 이상의 대작 14점을 걸었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미라씨도 생명 탄생을 통한 행복을 주제로 한 100호짜리 3점을 내놓았다. 어깨 너머로 20여 년 전부터 그림을 배웠다는 부인 임씨는 남도의 토속적인 풍경을 점화로 표현한 풍경화를, 미숙씨는 한지공예를, 미화씨는 조각품을 각각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미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야가 같을 경우 '작품 따라 하기'의 함정에 빠져 예술성이 매몰될 수 있고 행복도 달아날 수 있다고 노씨는 말했다. "같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서로의 작품에 간섭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갈등도 빚기 마련이죠. 예술인들이 고집이 세잖아요. 그래서 애들에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예술 감흥을 키우라고 강조했어요. 순전히 집안의 행복을 위해서였죠. 하하."
노씨의 가족전시회는 앞으로도 이어질 모양이다. 그는 "다음 전시회 때는 더욱 행복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겠다"며 "미술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취미를 공유한다면 분명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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