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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다시 직업윤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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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다시 직업윤리인가

입력
2010.03.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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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때 가장 중시하는 항목이 이른바 스펙이나 학벌보다 직업윤리라는 조사결과가 보도됐다. 정말 그런가. 아직도 일류 대학에 들어가려는 입시전쟁이 치열하고, 대학에서는 영어 스펙을 만든다고 해외연수다 뭐다 해서 졸업도 1년 이상 늦어지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기업이 인재를 보는 눈은 바뀌고 있다.

학벌ㆍ스펙보다 중요한 덕목

직업윤리라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한창 산업화를 추진하던 시절에 흔히 근로윤리를 강조했다. 직업윤리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근로윤리는 딴청부리지 말고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덕목을 가리킨다. 사원을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시각이다. 대단한 창의력을 발휘할 일도 없으니 그저 근면성실하게 시키는 일을 하라는 전제가 있다.

직업윤리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다. 책임이 핵심 개념이다.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는 인재상도 있지만, 책임은 이보다 더 광의의 문제의식을 포함한다. 창의, 성실, 청렴, 팀워크 등등 개인이 기업과 포괄적인 계약을 맺으면서 발생하는 암묵적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해진 바가 따로 없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이 조직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진취성이 요구된다.

근로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이런 막중한 책임이 근로자에게는 다소 버겁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 많지도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 이런 감정적 착취요소까지 있는 노동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주는 보상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비슷한 얘기가 기업에서도 나온다. 노동법 준수 책임을 넘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많은 추가적 의무를 짊어지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이다. 고용책임, 생활임금보장 책임을 넘어 교육훈련, 가정생활과의 양립보장 책임 등 기업윤리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안게 되는 부담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기업윤리와 직업윤리가 단지 쌍방간에 형평성이 있다는 1차적인 진단을 넘어서 왜 사용자와 근로자의 윤리 문제가 이처럼 중요해지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준화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시절에는 근로자들의 노동을 쉽게 통제하고 생산성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고품질의 이른바 하이 엔드(high-end)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발성, 창의성, 협력성이 균형적으로 발휘되는 생산 현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스스로 조절하고 스스로 통제하고 스스로 견인하는 역량은 결국 직업윤리에서 나온다. 특정한 학벌이나 영어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기업들도 윤리 DNA가 내재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잘나가다가도 하루 아침에 좌초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명백한 사실이다. 도요타의 충격이 그렇다. 윤리는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불확실한 경쟁사회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나침반이다.

과거에는 윤리의 덕목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덮는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의식이 많았다. 무엇인가 조직 내에 구린 구석이 있을 때 이를 현실적인 조직문화로 수용하라고 종업원들을 압박하는 기제가 윤리라는 것이다. 그만큼 보수적인 통제 기제가 윤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기업과 종업원에 공통된 가치

그러나 윤리는 매우 진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내가 겪어본 사람들을 보면 일류대를 나온 사람들이 더 윤리적이기보다는 번번이 그 반대였다. 지방대를 나온 사람들이 훨씬 직업윤리가 강한 경우를 다수 보았다. 그만큼 시장에서 민주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 윤리이다. 아울러 기업윤리가 가장 뛰어나다는 기업들이 사원들에게 직업윤리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윤리는 기업이 종업원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과 종업원 모두의 공통가치인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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