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천 민통선서 고구려 고분 9기 발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천 민통선서 고구려 고분 9기 발굴

입력
2010.03.26 00:03
0 0

민통선 내 경기 연천군 강내리 유적에서 대규모 원삼국시대(초기 삼국시대ㆍ기원 전후~AD 300년 무렵)시대 주거지와 고구려 고분군이 25일 모습을 드러냈다.

강내리 유적은 임진강과 안얼천이 만나는 해발고도 30m 안팎의 평탄한 충적지대에 위치한다. 경기 북부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건설 중인 군남 홍수조절지(군남댐)에 포함, 수몰 예정된 지역으로 고려문화재연구원이 지난해 3월부터 조사 중이다. 전체 조사 면적은 28,150㎡이며 고구려 고분 9기와 원삼국시대 주거지 74동이 확인돼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고구려 고분은 이 지역이 꽤 긴 시간 동안 고구려의 실효지배를 받던 영역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문화재연구원 소상영 조사부장은 "연천 지역은 삼국시대 내내 변경 지역으로만 인식됐는데, 이 고분군은 최소한 1세대(30~40년) 동안 이 지역에 영속적인 고구려 지배의 시기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분은 5~6세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의 전통적인 석실분(石室墳) 형태로 구릉지대에 3개 구역으로 나눠 각 3기씩, 모두 9기가 발굴됐다. 무덤 바깥에서 내부로 통하는 길을 석실 앞쪽 오른쪽으로 치우친 지점에 마련한 우편재횡혈식(右偏在橫穴式) 고분이며 장방형이다.

석실 내부에서는 흑색마연항아리, 금제 구슬, 은제 팔찌, 유리구슬 등의 부장품과 관못, 관고리 등이 출토됐다. 모두 부부 합장된 묘인 점으로 미루어 가족묘로 보이는데, 이 또한 무덤의 주인이 일시적 통치계급이 아닌 항구적 지배세력 집단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소 조사부장은 "남한의 고구려 고분에서 금제 유물이 나온 적은 드물었는데, 이 고분군에서는 순금 구슬 등이 출토됐다"며 "고구려 10관등급 중 4~8관등에 속하는 비교적 높은 계급의 지배세력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문화재연구원은 "만약 임진강 유역이 고구려의 남진을 위한 군사 요충지 역할만 했다면 귀족 계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9기나 축조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발굴이 완료돼 고분의 편년 등 세부적인 내용이 밝혀지면 경기 북부지역의 고구려 성들에 대한 연구결과와 함께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삼국시대 주거지는 '呂' '凸'자형이 62동이고 나머지 12동은 방형, 또는 장방형이다. 내부시설로 'ㄱ'자형 구들과 '一'자형 부뚜막, 화덕자리, 기둥구멍 등이 확인됐다. 또 경질무문토기와 타날문토기, 철도자(칼), 철부(도끼) 등이 출토됐다. 소 조사부장은 "지금까지 발굴된 남한의 2~3세기 마을 유적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며 "규모와 입지로 볼 때 이 일대가 원삼국시대 임진강 유역 세력의 거점 마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제27호 주거지는 길이 20.6m, 너비 9.7m, 깊이 0.99m의 초대형 규모로 이 지역을 지배하던 사람의 집터로 추정된다.

그러나 군남댐의 공기가 단축되면서 발굴 작업의 기간도 단축, 유적 훼손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군남댐은 당초 내년 5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북한에 의한 임진강 무단방류 사고가 일어나면서 올해 6월로 완공 시점이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강내리 유적도 한겨울에는 발굴을 하지 않는 고고학계의 관례를 깨고 비닐하우스를 치고 작업을 강행해 왔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