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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사후재산 종단 출연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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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사후재산 종단 출연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0.03.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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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떠나 출가한 스님이 입적하면 스님의 재산은 어떻게 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문도나 종단이 상속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현행 법체계로는 속가의 친족이 상속권을 갖는다. 민법의 상속권 행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계종은 소속 스님들이 입적한 뒤 사유재산을 종단에 의무적으로 귀속하게 하는 내용의 '승려 사유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조계종 스님들은 구족계(정식 승려의 자격을 인정하는 계)를 받을 때, 분한신고(10년 주기의 승적 변동 확인) 때, 주지로 임명될 때, 각급 승가고시에 응시할 때마다 사유재산을 종단에 출연하겠다는 유언장과 증여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조계종은 23일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입장에 따라 의견이 분분, 최종 시행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예고했다.

전국 선원 수좌 대표로 참석한 강설 스님은 "우리가 출가하고 수행을 하는 것은 모두 자의에 의한 선택인데, 이번 제도는 타의에 의한 강요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른 스님들부터 자율적으로 유언장을 쓰고 그 다음에 후학들이 이를 본받도록 하는 것이 율장(律藏)의 근본"이라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갑작스레 승려 분한신고 기간 동안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한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전국 비구니회 재무부장 성관 스님도 "사유재산 귀속령 시행 이전에 승려들의 노후복지부터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보정재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승려들이 이 귀속령 시행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노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천주교 등 이웃 종교에서는 성직자가 되는 순간 노후까지 보장을 받지만, 조계종은 '스스로 알아서' 노후를 챙겨야 하는 형편이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대표 진오 스님은 "이 법령의 취지가 승가 노후복지, 승려 교육기금 마련에 있다면 경주 지역의 큰 사찰이나 총무원 직영사찰부터 먼저 기금을 모아 노후복지, 무상교육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령을 당장 이 달 31일 입법예고하는 것은 무리"라며 "연말까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충분한 등록 기간을 주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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