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영어강사 관리ㆍ감독에 큰 구멍이 뚫렸다. 영어 학습 수요 폭증과 함께 국내에서 활동하는 원어민 영어강사 숫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자격ㆍ자질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범죄자가 버젓이 영어강사로 활동하거나 원어민 강사들의 마약 범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그제는 살인 혐의로 수배된 한국인 갱단 출신 한국계 미국인이 어학원에서 초등학생 영어강사로 일하다 적발됐다. 또 외국인 영어강사들에게 대마초를 공급한 갱단 출신 재미동포와 대마초를 흡입한 미국인, 재미동포 영어강사들이 잇따라 검거됐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의 범죄자들이 영어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을 몸도 피하고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은신처이자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 사이 우리 아이들이 신변의 안전을 위협받으며 살인자 강사, 마약 강사로부터 엉터리 영어 교육을 받은 현실은 어처구니없고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 마련과 단속을 약속한 관련기관들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어 학습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원어민 영어강사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보편적 교육 기회 보장 측면에서 불가피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공이나 자격 유무조차 따지지 않은 채 마구잡이 식으로 원어민 영어강사를 불러오는 현행 제도가 양질의 영어교육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또한 수배자, 전과자 등 잠재적 범죄자들까지 영어강사로 일할 수 있는 관리ㆍ감독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원어민 영어강사가 국내 유치원, 초ㆍ중등학교, 학원 등에 취업하려 할 경우 범죄경력조회서, 대마ㆍ약물검사 결과를 포함한 건강진단서, 학력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초ㆍ중등교육법, 학원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상임위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안심하고 양질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는 신속히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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