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지붕킥')의 엔딩은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세경(신세경)과 지훈(최다니엘)의 죽음으로 마무리한 김병욱 PD의 선택을 쉽게 납득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지붕킥'은 시청자들이 비극적인 엔딩을 받아들일 만한 개연성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지붕킥'의 힘은 내용 이전에 독특한 형식에 있었다. 지난 7개월 동안 매주 5회, 매일 20여분씩 방송된 '지붕킥'은 거의 매회 마지막에 사람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남겨 놓았다.
가사도우미 세경이 50만원이던 월급이 올랐다는 사실에 기뻐하다 기대와 달리 월급이 단 10만원 올랐다는 것에 좌절한 것처럼, '지붕킥'은 코미디로 시작하되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처럼 그들의 삶을 지켜봤다.
그래서, 세경과 지훈의 죽음은 단지 드라마 속 캐릭터의 죽음과는 다른 무게를 가졌다. 그건 어제까지 살아있던 친구가 갑자기 죽은 것과 같은 충격이다. 물론, 그래서 김병욱 감독은 잔인하다. 하지만 그는 잔인한 엔딩으로 드라마 속 캐릭터를 현실에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시청자들은 세경과 지훈이 드라마 세계 속 어딘가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망각할 수 없다. 시청자들의 머리에 두 사람의 죽음은 계속 남을 것이고,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 결론이 김병욱 감독에 대한 비판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경이 유언처럼 말했던 "신분의 사다리를 한 칸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다리를 죽기 살기로 올라가면 그 밑에 누군가 있겠구나라는 걸 알았다"는 말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월 60만원을 받던 가사도우미가 검정고시를 보거나 외국으로 떠난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지붕킥'은 매일 20여분 동안 소소한 웃음 속에 담았던 차가운 현실을 마지막 순간에 누구도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좋든 싫든 시청자들은 가사도우미로 살던 순간들을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며 좋아했던 여자의 삶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건 지금까지 어떤 드라마도 만들어내지 못한 기이한 체험이다. 그건 드라마가 현실에 지워질 수 없는 자국을 남긴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이를 단지 시청자의 기대를 배반했다고만 할 수 있을까. '지붕킥'은 드라마, 또는 TV를 뚫고 현실로 왔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한 우리는 예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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