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친분관계를 보여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그 동안 수세에 몰렸던 검찰의 반전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9차 공판에서 검찰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고 운을 뗀 뒤 "한 전 총리는 1일 사용료가 66만원인 곽씨 보유의 제주 고급 골프빌리지를 26박28일 간 무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숙박 중 골프를 수회 쳤으며 일부 대금을 곽씨가 대납했다"고 관련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방청객들은 예상치 못한 검찰의 반격에 술렁거렸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제주 L골프빌리지에 2008년 11~12월 3주간, 이듬해 7월 하순 8일간 무료로 숙박했고 이 기간 동안 최근에 출간된 자서전을 집필했다. 숙박 기간 동안 한 전 총리는 3차례 골프를 쳤고 한번은 곽씨가 대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L골프빌리지 홈페이지에는 181.8m²(55평) 객실 요금이 회원가 기준(세금 10% 제외)으로 주중 11만원, 정상가는 60만원이다. 골프용 카트대여비와 캐디비용을 제외한 그린피(골프장 입장료)는 정회원은 무료(주중), 비회원은 10만8,000원이다.
변호인은 다소 당황한 듯 "미리 공지하지도 않고 재판 막판에 증거 채택을 요청하는 것은 페어(공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공관에서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곽씨와 친분이 두텁지도 않고, 5만 달러를 받은 적이 없다는 한 전 총리의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중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 전 총리가 책을 쓰기 위해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소개로 숙박을 한 적은 있다"며 "(한 전 총리의) 동생 부부가 내려와 라운딩할 때 함께 따라다닌 적은 있지만 골프를 직접 치진 않았고 비용도 다 치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단 변호인이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검찰은 변호인이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당시 한 전 총리 팀을 담당한 캐디를 포함한 골프장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방침이라 향후 재판에 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장과 고교 동문인 언론인 출신 곽모씨는 "곽 전 사장으로부터 2004년 총선 때도 의원들 20~30명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한 전 총리에게도 전달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곽씨는 또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 지원 이후 나를 통해 문해남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에게 청탁을 요구했으나, 공기업 사장은 대통령과 그 측근이 결정하니까 두 사람으로는 힘들고 청와대에 있는 386실세들에게 부탁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가 386실세에 포함되냐"는 검찰 질문에 대해 "나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위증 논란을 빚었던 경호원 윤모씨에 대해 "윤씨가 위증 사실을 시인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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