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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내 각선미를 보여줄게" 멋진 남자, 스키니룩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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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내 각선미를 보여줄게" 멋진 남자, 스키니룩 열풍

입력
2010.03.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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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패드(fad)라고 해야 좋았다. 갑작스레 유행했다 슬며시 사라지는. 그러나 지난 여름 연예인과 일부 유행에 민감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슬며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남성 스키니룩은 해를 넘기면서 오히려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스키니룩의 인기는 남성들의 신체에 대한 관심을 강철같은 식스팩이나 섬세한 초콜릿 복근에서 날렵하게 뻗은 하체의 곡선으로 옮겨 놓기도 했다. 남자가 각선미를 고민하는 시대라니. 스키니룩은 ‘말라야 아름답다’는 강박이 더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일까.

중학생 아들을 둔 이유경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안돼 등교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쟤가 살이 쪘나?”했다. 바지가 지나치게 몸에 붙어 보인 것이다. 그날 저녁 아들 녀석에게 실토를 듣고 입이 쩍 벌어졌다. 아들은 엄마에겐 알리지도 않고 교복 바지와 캐주얼 바지 등 7벌을 몽땅 집 근처 수선집에서 벌당 1만원씩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형태로 수선을 했단다. “요즘 통바지 입으면 다들 촌스럽다고 해”라면서.

청소년기는 워낙 유행에 민감하다고 쳐도 올해 스키니룩의 인기는 예사롭지 않다. 김재수 띠어리맨 상품기획자는 “지난해 일부 트렌디상품으로 내놓았던 스키니팬츠를 올해는 3배 이상 물량을 확대했다”며 “스키니팬츠는 판매율도 일반 바지보다 평균 10% 정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스키니팬츠의 바지 품목 전체 비중도 높아졌다. 코데즈컴바인포맨은 이번 시즌 바지 물량 중 25%가 스키니 스타일이고 코데즈콤바인진 역시 전체 바지 물량의 절반이 스키니로 구성됐다. 이들 바지의 판매량은 65~7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일반 남성복이라고 다르지 않다. 김수정 빈폴맨즈 디자인실장은 “남성 소비자들이 예년에 비해 바지 폭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빈폴맨즈의 바지도 전반적으로 폭이 좁아졌으며 현재 이들의 판매율이 지난해 대비 30%이상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남성 스키니룩의 인기는 초식남 트렌드에서 보듯 여성성의 과감한 수용과 몸매에 대한 관심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팀장은 “남성들이 유행에 민감해지고 자연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하체의 선을 드러내는 스키니룩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준 예신퍼슨스 마케팅담당은 “사회적으로 소프트 파워가 중요해지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갖추려는 멀티젠더(multi-gender) 경향이 남성복의 경우 각선미를 드러내는 스키니룩 인기로 나타난 것”이라고 추정했다.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몸에 쫙 붙기 때문에 불편해 보이지만 소재의 혁신을 통해 착용감이 뛰어난 것도 인기 비결이다. 남성복브랜드 시리즈의 김영혜 디자이너는 “스키니 제품은 보통 신축성이 뛰어난 스판덱스 혼방소재를 쓰고 밑위를 짧게 하면서 활동하기 편한 패턴을 채택해 보기보다 편안하다”고 말했다. 데님과 스판, 면스판 등 다양한 신축성 소재들이 활용된다.

스키니룩은 일반 바지들에 비해 신체의 선이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에 키가 상대적으로 커보인다. 최신 유행이라는 점 외에 대중화의 스키니 애호가를 자처하는 김승준(21ㆍ부천 원정동)씨는 “평소 스키니팬츠에 셔츠와 재킷을 곁들이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몸에 잘 맞아 활동이 편할 뿐 아니라 키가 커 보이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직장남성 정주형(29ㆍ코오롱인더스트리)씨도 “키가 큰 편이 아니라 일반 바지를 입으면 오히려 키가 작아보일 수 있어 스키니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스키니는 적당히 조붓해 만만한(?) 스타일부터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스타킹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척 달라붙는 것, 엉덩이는 힙합스타일에 종아리만 달라붙는 스타일 등 여러 변종을 거느리고 있지만 결론은 한가지, 어찌됐든 종아리의 선을 드러내는 제품이다. 여기서 고민이 발생한다. 키 178cm에 몸무게 62kg으로 호리호리해 뭘 입어도 멋지다는 소리를 듣는 대학생 송재형(22ㆍ서울 삼선동)씨가 꼽는 체형상의 결점은 ‘각선미’다.“다리가 날씬해야 스키니 바지가 잘 어울리는 데 종아리가 두꺼워 맵시가 나지않는다”는 것이다. 각선미에 대한 고민, 여자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그러니 멋들어진 스키니룩을 완성하기 위해 종아리에 맥주병을 굴리거나뒷축 높은 신발로 종아리 근육을 끌어올리려 진땀을 흘리는 남성들을 보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지 싶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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