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은현리 앞마을이 '검단리'입니다. 검단(檢丹). 익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청동기시대 환호(環濠) 유적이 있어 사적 제332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1990년 발굴로 422점의 유물이 출토돼 청동기 전기의 중요한 유적으로 확인된 곳입니다. '울주검단리유적'에는 안내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발굴조사 후에 다시 흙으로 덮어버렸습니다. 비어 있어 하찮은 땅으로 여겼는지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불안합니다. 최근 경남 양산의 한 업체가 유적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무려 47만1,250㎡ 규모의 일반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울산광역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그곳은 이미 지난해 11월 누군가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공장 신축을 하겠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때 재판부는 '신청을 허가할 경우 유적지 인근에 대한 난개발로 이어져 주변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이용한 투자의향서 제출에 화가 납니다. 표를 의식해 울주군수와 울산광역시장이 허가를 내줄까 걱정입니다. 은현, 검단은 행정구역이 나뉘었을 뿐 사실 한 동네입니다. 우리 동네 일이기에 끝까지 반대할 것입니다. 땅 속에 귀중한 역사를 묻어놓은, 봄이면 자운영이 피는 그곳에 공장이 들어선다면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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