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어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수사 결과에 대해 "법적ㆍ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퇴진한 지 23개월 만이다. 그의 경영 복귀는 정부가 동계 올림픽 유치 활동을 이유로 지난해 말 단독 특별 사면복권 조치를 취한 이후 예고된 사안이라 해도 일반적 예상을 앞지른 결정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확실하고 다급하다는 뜻이지만, 사회통념적 법 감정과 윤리에 벗어난다는 비판도 잘 새겨야 한다.
삼성은 이번 결정이 이 회장의 뜻이라기보다 사장단의 거듭된 요청을 수용한 기업경영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사장단 협의회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전략적 집중에 대한 오너의 비전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17일과 24일 두 차례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논의한 결과 이 회장의 리더십이 긴요한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당분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하겠다"던 이 회장도 도요타 사태와 스마트폰 열풍 등 최근 일련의 사안을 보면서 일선 복귀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 것 같다. 그가 복귀소감에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한 것은 이런 위기감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복귀는 '오너의 귀환'이라는 기업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2년 전 이 회장은 "지난날의 모든 허물을 떠안고 가겠다"며 떠났지만 아직 그 '허물'을 다 씻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곡된 지배구조를 통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백조원대의 그룹 경영권을 수십억원의 세금만 내고 상속한 그 허물 말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은 위기 강조에 앞서 기업 경영과 문화를 어떻게 쇄신하고 투명화할 것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이 회장의 복귀를 보는 세간의 눈길에 담긴 당혹감과 냉소를 잘 살피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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