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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스비어 체코 前외무장관 방한 "한반도 '철의 장막' 누군가 빨리 끊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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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스비어 체코 前외무장관 방한 "한반도 '철의 장막' 누군가 빨리 끊어주길"

입력
2010.03.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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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변했는데, 판문점만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더군요."

이르지 딘스비어(72) 체코 상원의원은 5일 간의 빠듯한 방한일정 중 하루를 쪼개 판문점을 다녀왔다. 꼭 20년 전인 1990년 3월 22일, 체코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이던 딘스비어 의원은 양국 수교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수교 20주년을 맞아 체코 외무장관 특사자격으로 다시 방한해서 판문점을 둘러본 것이다. 그는 "인적이 드문 그곳 만의 특별한 분위기와 군인들의 굳은 얼굴은 여전하더라"고 말했다.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과 함께 조국 민주화운동의 선두에 섰던 그는 공산정권 하에서 3년간 투옥되기도 했는데 1989년 민주화 이후 첫 외무장관으로 한국 등 자본주의권 국가들과의 수교에 힘썼다.

이방인인 그가 판문점에 남다른 감회를 보이는 것은 옛 서독과 체코슬로바키아를 가르던 '철의 장막'을 손수 절단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철의 장막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소련 진영에 속한 동유럽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지만, 실제 공산권인 중동부 유럽과 서방권의 교류를 막기 위해 소련이 둘러친 철조망은 존재했다. 1989년 12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고 그가 조국의 외무장관이 된 직후 '철의 장막'을 직접 끊었던 것이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과 비무장지대 철책선이 남의 나라 일처럼 보이지 않는 듯했다. "분단된 동서독을 비롯 유럽도 한때 왕래가 가로막혀 있었어요. 유럽처럼 판문점 너머도 언젠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겠죠. 한국과 북한도 하루빨리 평화적으로 통일되길 바랍니다. ('철의 장막'을 절단한 것처럼 저 철조망을) 제가 끊을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 그 일을 한다면 아마 노벨 평화상을 받을 겁니다."

체코는 1968년 '프라하의 봄'이나 1989년 무혈로 공산체제를 무너뜨린 '벨벳혁명', 스메타나와 드보르작 같은 유명한 작곡가, 카프카 쿤데라 같은 소설가를 배출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필스너 우르켈, 버드와이저의 원조 '부트바이저'와 같은 맥주의 고장이기도 하다. 딘스비어 의원은 "지난해 체코를 다녀간 한국 관광객이 7만 명이 넘는다"며, 한국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교 역사는 길지 않지만 양국은 꾸준히 교류를 늘려왔다. 체코에게 한국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네 번째 무역 파트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2007년 현대자동차가 10억 유로를 들여 체코에 공장을 지은 후 한국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늘고 있고, 두산중공업도 체코 발전설비업체 스코다 파워를 지난 해 인수했다.

한국 발레단의 공연이 인상 깊었다는 딘스비어 의원은 무역뿐 아니라 양국의 문화 교류도 더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젊은 시절 극동ㆍ동남아시아 지역 특파원으로 활약해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는 그는 한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는 "야채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매운 것을 좋아해 고추장까지 넣어서 비볐지만 김치는 너무 매워 잘 먹지 못했다"며 웃었다.

딘스비어 의원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이윤성 국회 부의장 면담과 한국외대 연구센터 강연 등 일정을 마친 뒤 25일 출국한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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