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뇌물 관리 통장'의혹을 사왔던 공 전 교육감 부인의 4억원대 차명계좌에 대해선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차명계좌는 서울중앙지검이 2008년 수사했다가 자금 출처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종결했던 사안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24일 "공 전 교육감 부인의 차명계좌는 현 수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며 "재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공 전 교육감 비서실 직원이 2009년 만들어 관리해온 2억원대의 차명계좌를 발견해 이를 뇌물 통장으로 보고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발견된 4억원대 차명계좌는 아예 출처 조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4억원대 차명계좌는 공 전 교육감 부인 육모씨가 2003년 12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고교 동창 조모씨 명의로 관리해온 것으로 2008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통장에는 2005년 한 해에만 수천만원씩 10여차례 걸쳐 모두 3억 1,000만원이 입금됐고, 이후에도 뭉칫돈이 여러 차례 유입돼 2008년에는 계좌 잔고가 4억7,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계좌이체나 수표 거래 내역 없이 대부분 현금으로 입금돼 뇌물 통장이란 의혹이 제기됐으나, 당시 검찰은 자금출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재산신고 누락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올해 초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 결과 공 전 교육감이 실제 차명계좌를 관리하며 5,900만원의 뇌물을 상납 받은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문제의 차명계좌 역시 뇌물 관리 통장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수사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검찰은 서로 떠넘기기를 하며 석연찮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당시 수사 자료를 서부지검에 전부 넘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부지검 관계자는 "수사 자료를 넘겨 받은 적이 없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 종결한 사안을 우리가 왜 다시 수사하겠냐"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난달 4억원 차명계좌 재수사 등을 촉구한 자유교원조합의 공 전 교육감 고발건을 배당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도 서부지검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 수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현재까지 고발인 조사도 안 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 주변에서는 2008년 수사를 들춰낼 경우 공 전 교육감의 뇌물수수 혐의뿐 아니라 당시 검찰의 부실수사까지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서부지검이 공 전 교육감의 다른 비리 혐의를 밝혀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검찰의 치부까지 드러낼 수 있는 4억원 차명계좌 재수사는 꺼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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