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2년만에 다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함에 따라 앞으로 삼성과 삼성전자가 어떻게 바뀔 지가 관심이다.
일단 이 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만큼 삼성이 제3의 도약을 맞을 지가 주목된다. 삼성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사업보국' 철학으로 우리 경제의 발전 단계마다 꼭 필요한 사업을 펴면서 한국 경제의 산업화에 앞장서온 기업 집단이다.
이후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전자 기업으로 올려 놓는 등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0년 후를 생각하면 밤잠을 이룰 수 없다', '일본과 중국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다', '이젠 창조경영이다' 등의 화두를 던지며 위기 때마다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 이 회장이 다시 삼성전자를 직접 챙기게 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삼성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한 삼성 관계자는 "더 이상 제품 잘 만들고 수익 많이 내는 회사의 모습이 아니라 한 시대의 아이콘과 상징이 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최근 검토하고 있는 신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 "삼성의 차세대 신수종 사업은 1차로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라고 밝혔다.
그린에너지란 차세대 전지와 LED조명, 헬스케어는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를 융ㆍ복합한 첨단의료기기 등을 일컫는다. 이 회장은 이런 신사업의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지부진하던 바이오시밀러(유전자 재조합 또는 세포배양 기술을 통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분야도 가시적 성과가 나올 지 기대된다.
이와함께 소프트파워도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하드웨어의 우수성 보다는 응용소프트웨어의 풍부함에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 삼성전자로선 생존을 위해서도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러한 대목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나아가 콘텐츠ㆍ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고리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페이스북 등과 경쟁하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기업으로 변화할 수도 있어 기대된다.
한편 이 회장의 집무실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이곳으로 출퇴근을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08년2월 경영에서 물러나기 이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당시에도 회사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이 회장은 큰 그림만 그리고 삼성전자의 실질적 경영은 최지성 사장과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이 계속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이 부사장으로서는 아버지 곁에서 직접 경영 수업도 받고, 조언도 들을 수 있어 오히려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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