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질책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종교계의 4대강 사업 비판에 대해 "정부의 주요 정책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며 국무위원들을 강도 높게 나무랐다. 선거철의 주요 정책공세에 각 부처가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주요 현안에 대한 참모진의 미숙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 부처와 각 기관은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을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라고 밀어붙이기만 했지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노력은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천주교 측이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설명을 정부에 요청했는데 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 한 사례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대통령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해봐야 소용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생각을 바꾸든 안 바꾸든 정치적 반대자라도 찾아가서 성실하게 설명하고 진실을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정부 각 부처의 대화와 소통 노력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만의 책임일 수는 없다. 오히려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설득과 소통에 앞장서야 반대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다. 국민과의 대화 등 4대강과 세종시 수정 문제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을 이루기 위해 여야 의원과 국민을 상대로 펼쳤던 설득과 소통의 정치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를 풀겠다면서 열쇠를 쥐고 있는 박근혜 의원을 만나지 않는다면 소통과 설득의 정치를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의 '소신 정치'도 소통과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은 생명, 생태계, 수자원 복원 사업이며 내 소신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소신을 앞세우면 다른 견해는 무지이거나 정치공세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 전제에서 대화와 소통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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