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파가 아닙니다.”
31일 퇴임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마지막 대외공식행사인 전문가 초청 경제동향간담회를 주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이 “언론에서는 총재 보고 매파라고 하더라”고 말하자, 이 총재는 “언론이 특정한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해석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매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총재는 “작은 것은 작게, 크게 봐야 할 것은 크게,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대응을 요구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소신은 상황에 맞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밖에서는 ‘강성’으로 불렸지만,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상황에 따라 유연한 통화정책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쳐진 점에 대해서도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정치권을 보면 너무 자주 싸운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국민도 과연 그렇게 싸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나도 (정부와) 절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매파처럼)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며 “형편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참석자들은 이 총재에게 “한은이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민간 경제주체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던 2006년 4월 취임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하며 매파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2%까지 대폭 내린 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고 퇴임하게 되자, 최근 외신에서는 정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며 ‘새장에 갇힌 매’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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