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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 복귀 배경은…도요타 쇼크·IT시장 급변에 위기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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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 복귀 배경은…도요타 쇼크·IT시장 급변에 위기의식

입력
2010.03.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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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며 한 말이다.

얼핏 보면 수긍되지 않는 면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36조2,9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일본 전자 업체 9곳을 합한 것보다 많은 이익을 내면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술 더 떠 1분기엔 반도체 부문의 승자 독식 효과에 힘입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나올 것이란 전망까지 있다.

축제 분위기에 들뜰만한 상황인데, 이 회장은 오히려 "지금이 진짜 위기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쇠락은 성공을 자만하는 순간 시작된다는 점을 이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공해 몸집이 커지면 스피드가 떨어지고, 환경 변화에도 둔감해지기가 쉽다. 자긍심이 자만심으로 변하면 더 이상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최근 삼성의 성과는 이미 수년전 이뤄진 투자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삼성 관계자는 "몇년 후 성과를 내기 위해 지금 당장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책임 있는 오너의 신속한 결단이 이뤄지지 못해 아쉬운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년전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삼성이 새로운 분야에 큰 투자를 결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 반도체와 LCD는 물론 휴대폰과 TV 등은 모두 이 회장이 과거에 투자를 결정한 아이템들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지 3년이 넘도록 삼성전자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나,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이미 2002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시장을 추월했음에도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시장에만 치중한 것도 결국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이다.

이러한 내부의 위기와 함께 외부 환경으로 GM과 도요타 사태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회장도 이날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때 전 세계 제조기업들의 교과서로 추앙받던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 소비자 신뢰를 한 순간에 잃고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이 회장은 식은 땀을 흘렸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위기의식이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경영 복귀를 요청하게 됐고, 이 회장도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는 게 삼성 설명이다.

이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한 이 회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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