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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칸영화제 대상 '클래스' 한국 개봉 앞둔 로랑 캉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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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칸영화제 대상 '클래스' 한국 개봉 앞둔 로랑 캉테 감독

입력
2010.03.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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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캉테(49) 감독의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필모그래피는 단출하고 국내 개봉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장편 데뷔작 ‘인력자원부’(1999)와 ‘타임아웃’(2001), ‘남쪽을 향하여’(2005) 등이 영화제를 통해 간혹 선보였을 뿐이다. 대중적 인지도로만 따지면 그는 한국에선 무명 감독이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적 무게감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2008년 네 번째 장편 ‘클래스’로 칸 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는 현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다. 그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스크린에 투영해 왔다. 아버지를 해고할 처지에 놓인 아들의 가혹한 운명을 다룬 ‘인력자원부’에선 신자유주의의 광포함을, 아이티 청년의 성을 착취하는 서구 중년 여성의 욕망을 그린 ‘남쪽을 향하여’는 아직 걷히지 않은 제국주의의 그늘을 고발한다. ‘클래스’의 개봉(4월 1일)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캉테 감독을 24일 오전 세종로 한 호텔에서 만났다.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한한 그는 “서울은 참 커서 볼 게 많은 도시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의 한국 첫 개봉작인 ‘클래스’는 프랑스 파리 교외의 한 중학교 교실에 카메라를 댄다. 모로코와 말리, 중국 등에서 온, 피부색도 가치관도 너무 다른 다종다양한 학생들과 교사가 나누는 교감과 갈등을 다룬다. 캉테 감독은 “학교는 모든 사회 문제와 사회 관계가 집약된 곳”이라며 “학교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을 나타내려 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어떤 세계로 끌어들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배척하는 곳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시민이 되고 사회에 자리를 잡는가, 권위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비판적인 관점은 또 어떻게 형성되는가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외국인 학생들이 프랑스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교사 프랑수아 베고도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클래스’ 출연진은 모두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비전문 배우다. 원작자를 포함한 교사들과 학생들이 방학 동안 카메라 앞에 섰다. 각자 역할을 정하고 발언과 행동은 자유롭게 하는 식으로 7주간 촬영했다. 허구와 실제의 경계에 서 있는 영화인 셈이다. 캉테 감독은 “한 인물을 표현할 때 그들 고유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청소년들에겐 그들만의 말하는 방법과 존재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잡아내고 싶어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영화 중엔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 담겨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정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봉 감독과는 지난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심사위원을 함께 하면서 친해졌는데 방한 기간 중 둘이서 조용히 술 한 잔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아바타’를 아직 못 봤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어비스’를 좋아한다. 영화에서 국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영화가 아무리 흥행에 성공해도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는다”면서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따지지 않는 다양성이 프랑스 영화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티켓 가격의 일부를 영화계 지원금으로 책정한 프랑스 정부의 정책도 무시 못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눈에는 규제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관심이 없다. ‘문화적 예외’라는 것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이나 영화는 타 분야와 전혀 다른 비즈니스니까.”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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