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뇌성마비 환자에게 제대혈(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이 이뤄졌다.
분당차병원은 23일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팀이 8개월과 32개월 된 뇌성마비 남자 어린이에게 태어날 때 보관해둔 자신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그대로 정맥주사한 뒤 7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기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백혈병 같은 혈액암 치료에 제대혈 줄기세포가 쓰인 적은 많지만, 뇌성마비 환자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 시술 건수가 적고 장기적 변화를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혈 줄기세포의 효능을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 영아는 모두 운동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생후 5개월에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그 뒤 각각 8개월, 32개월째 되던 지난해 9월 자가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혼자 앉지 못하고 기는 동작이나 배밀이도 전혀 못하던 8개월 영아는 시술 후 1개월째에 배밀이를 시작했다. 5개월째부터 무릎으로 기거나 잡고 일어서는 동작이 가능해졌다.
역시 혼자 앉지 못하고 머리도 잘 가누지 못했던 32개월 유아는 시술 후 3개월째에 앉은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6개월이 지나자 머리를 들고 배를 밀며 기는 모습이 관찰됐다. 시술 전과 후 두 영아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했더니 신경세포가 시술 후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재활치료보다 운동기능이나 신경세포가 살아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면서도 향후 뇌나 운동기능의 변화와 줄기세포의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시술은 지난 11월 대한재활의학회에서 발표됐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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